나는 느렸다.
또래 아이들보다 생일이 느렸고, 달리기가 느렸다.
어쩌다보니, 대입도, 취업도.
그리고 아마 결혼도.
그럴싸한 직장에 정규직으로 입사한지 만으로 9개월이 지났다.
이정도면 남들과 발맞춰 살아가고 있다고 비춰질 수도 있겠다.
바로 그 시점, 나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가끔씩 즐거움을, 때때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지만
대부분은 지루하고 따분한 삶.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
어릴 적 내가 꿈꿔온 멋진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삶.
가슴 두근거리는 영화나 책을 보고나서 현실로 되돌아오면 그 괴리감에 주변 공기마저 낯설어진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퇴근 후 극영화 분석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다른 요일 중 한번은 글쓰기 학원에 다닌다.
배운적 없는 서툰 솜씨로 내가 본 세상을 카메라 속에 담기 시작했다.
이것들을 언제까지 계속할지는 나도 모른다.
또다른 뭔가를 시작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에 가까워지기 위한 여정을 이곳에 기록하기로 했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있다면, 게으른 내가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게 하는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