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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모래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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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야옹
Apr 12. 2022
윌 샤프 감독의 <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라는 영화를 봤다.
참 한국스러운 각색이다.
원제는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로, 한국어판과는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우연히 이 영화가 상영중인걸 알게되자마자 택시를 타고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영화관 가서 영화본지가 참 오래
됐는데.
단번에 날 이끈 발걸음의 원동력은 여러가지가 있겠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고양이, 그림.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가 한 영화에 한꺼번에 담기기란 쉽지 않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의인화한 고양이를 그린 최초의 화가' 루이스 웨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지금처럼 고양이가 반려동물로써 대중화되기 이전, 오히려 고양이가 '요물'로 여겨지던 시대에 웨인의
그림은 혁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웨인이 독특한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던 사랑, 에밀리가 있었다.
영화 속에서 웨인은 에밀리에게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이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다워졌어."
그러자 에밀리는 루이스에게 대답한다.
"세상은 원래 아름다워. 루이스. 당신은 그걸 보여주는 사람이고."
맞다. 세상은 본래 아름답다.
그걸 보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그래서 영화속에서 웨인이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미술 수업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딱 하나에요. 그것은 바로 '보는 법'이에요."
우리는 종종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생의 대부분의 시간이 그냥저냥 무미건조하게 흘러가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 이따금 우리에게는 분명히 빛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순간을 포착해내는 건 우리의 몫이다.
찰나의 행복의 순간들은
작디작은 모래와도 같다.
작은 모래알갱이들이 조금씩 쌓여 삶을 지탱해준다.
모래는 쓰러질지언정 모래성은 쓰러지지 않는다.
'잘 사는 사람'이란 결국 '잘 보는 사람'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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