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강의실, 작은 소리
S# 00 강의실 (밤)
창밖의 빛은 낮과 다르지 않았다.
책상 위에 수업용 마이크와 조명, 카메라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
누군가는 등급을 기다리며 방향을 정했고,
누군가는 실기장 앞에서 숨을 고르며 꿈을 말했다.
나는 늘 같은 말을 건넸다.
꿈을 꾸라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너는 너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다고.
하지만 그 말들은 내 입술 위에 머물렀을 뿐,
사실 내 안에는 의심과 좌절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아이들은 믿었다.
나는 믿지 못했지만.
하지만 내 거짓말을 믿는 아이들의 두 눈빛이
내 믿음이 꺼져가던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가방에서 연필을 꺼냈다.
손끝이 떨렸다.
연필심이 종이에 닿는 소리가 고스란히 나를 둘러싼 정적을 갈랐다.
한 줄이 긁혔다.
문장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것 만으로 충분했다.
*박혜영 극본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