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해졌다는 말에 대하여
팀 전체 회의가 끝나고, 상사와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됐다. 회사 근처에 있는 평범한 돈카츠집이었다.
맛은 늘 그렇듯 무난했고, 우리는 업무 이야기보다 날씨 이야기 같은 걸 더 많이 했다. 사실 점심 메뉴가 뭐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아주 많은 사소한 것들,
요즘은 그런 게 잘 머리에 안 남는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 상사가 식기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수석, 요즘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다가 고개를 들었다.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잠깐 멈칫하게 된다.
어느 쪽으로 달라졌다는 건지,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일단 그걸 먼저 생각하게 된다.
상사는 이미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보다 훨씬 차분해졌고요.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느낌이에요. 이번 신입 선생님도 조간조간 너무 잘 알려주셔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그저 습관처럼 웃었다.
사회적으로 가장 무난한 반응이었다.
상사가 이런 얘기를 한 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한 번씩 참여하는 신입 교육에서의 신입선생님들의 반응을 지나가듯 얘기해주곤 했었다. 분위기도 좋고 재밌었다는 류의 말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변해있었다.
그 말대로다.
나는 확실히 예전보다 차분해졌고, 말도 줄었고,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회의에서 흥분해서 말을 끊지도 않고,
불필요한 농담도 하지 않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일단 한 박자 쉬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태도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내가 오래도록 동경해 오던 종류의 모습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성격이 좋아졌다거나
사람이 성숙해졌다는 말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나는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먹기 시작했고,
정확히는 그 약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불안해질 것 같으면 약을 먹고,
초조해질 것 같으면 약을 먹고,
잠이 안 올 것 같으면 약을 먹는다.
이제 나는 감정이 커지기 전에 먼저 조절하고, 그럴 기미가 비치면 예방처럼 차단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방 안에는 항상 약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감정이 먼저 왔다면,
요즘은 약이 먼저 나온다.
느끼기 전에 삼키고,
흔들리기 전에 눌러버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금의 나는,
사회적으로 꽤 괜찮은 사람이다.
차분하고, 지적이고, 안정적인 사람.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리고 더 이상한 건,
이 상태가 싫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는
덜 웃고,
덜 설레고,
덜 상처받는다.
대신
덜 흔들리고,
덜 반응하고,
덜 무너진다.
이게 회복인지,
아니면 부작용이 잘 설계된 나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들었던 우울로 인해
진단 이전의 내가 가장 동경하던 사람처럼 보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