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원서 마감 날,
모니터에는 대학 학과 이름과 경쟁률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제 안전이라던 카드가 적정이 되고, 적정은 순식간에 상향이 되고, 전화통은 쉴 새 없이 불이나고 정신 없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선생님, 이거 넣어도 괜찮을까요?”, “지금 경쟁률 너무 올랐는데 A대학보다는 B대학이 나은 거 아닐까요?” 말이 들려오는 순간에도 숫자는 계속 바뀌었다.
나는 계산한다.
작년 합격선, 충원율, 시간대별 경쟁률 변동.
아이의 점수를 숫자 위에 겹쳐 본다.
“괜찮습니다.” ,“그대로 가죠.”
"C대학 G학과보다는 F대학 G학과가 좀 더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목소리는 놀랍도록 평평하다.
불안해하는 아이와 학부모를 진정시키듯 말하면서도
나는 이상하리만큼 고요하다.
아니, 고요하다기보다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아이들의 손가락은 최종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했고,
여섯개의 수시원서를 접수하였다.
이윽고 4년제 대학교 수시 원서는 접수는 마감되었고,
어머니는 안도의 숨을 쉬고, 아이는 고개를 숙인다.
나는 모니터를 끈다.
아무 느낌이 없다.
해냈다는 뿌듯함도,
혹시 틀린 선택은 아니었을까 하는 불안도 없다.
며칠 뒤,
전 사원이 보는 게시판에 고객센터에서 강사칭찬글이 올라왔다.
“는개 선생님이 온 마음을 다해 봐주셔서 저희 아이 대학 원서 잘 쓴 것 같습니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참을 읽었다.
나는 그날
온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저 계산했고,
정리했고,
선택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상태를 안정이라고 말한다.
믿음직스럽다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감정이 너무 커서 오래 아팠던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아무 느낌도 없는 쪽에 서 있다.
이게 나아진 건지,
무뎌진 건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날 나는
누군가의 가장 불안한 밤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건너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우아하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