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없었던 세계라서
“어쩜 그렇게 일을 잘하냐.”
“중간에서 조율을 너무 잘해줘서 우리 팀 실적이 좋다.”
“역시 잘할 줄 알았다.”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듣는 말들이다.
칭찬이거나 인정이거나.
어쩌면 둘 다.
예전에도 비슷한 말은 있었다.
무언가 열심히 했고,
성과가 있었고,
그래서 누군가는 칭찬을 했다.
말은 비슷했지만
지금은 이유가 조금 달랐다.
우울이 함께 있게 되면서
다시 치료를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거의 사라졌다.
기쁘지도 않고,
억울하지도 않고,
뿌듯하지도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필요한 말을 하고
상황을 정리했을 뿐.
예전 같으면 마음이 깨닫기도 전에 먼저 행동하고,
먼저 움직였을 순간이었는데도.
지금의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상황을 보고
어떻게 정리할지만 생각했다.
아마 사람들은
그걸 침착함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매끄럽다.”
“조율을 잘한다.”
“역시 잘할 줄 알았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굳어 멈춰 서 있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겸손해져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느라 바빴는지, 몸이 움직이질 못하고 그냥 멈춰 있었다.
일시정지한 사람처럼.
그런데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참 겸손하시네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가까스로 학습된 미소 띤 얼굴을 하고 눈만 깜빡였다.
그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로 점철되어 있던 20대의 시간들에게 고마워졌다)
예전의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기쁘거나,
부담스럽거나,
혹은 조금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지금의 나는
그런 반응이
없다.
없었던 세계가 갑자기 펼쳐진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조금 길을 잃은 사람처럼 서 있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며
안정적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그 말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생각을 나중으로 미룬다.
일단은 상황에 맞게
대처부터 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적당한 말을 하고,
상황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중에 혼자 남았을 때
천천히 생각한다.
이 세계는
원래부터 이런 곳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이제야
여기에 도착한 걸까.
어쨌든 나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여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