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같은 사람으로 살아왔다.
성격검사를 하면 늘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한 번도 다른 유형이 나온 적 없는 ENFP.
그 네 글자는 나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생각은 그 뒤를 따라가고,
조용해야 할 자리에서도 반응이 작지 않은 사람.
명절이면 특히 그랬다.
뭘 해도 시끄럽고, 뭘 해도 내가 뭐하는지 다 알았다.
쓸데없는 말로 분위기를 띄우고,
괜히 말을 보태어 어색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를 웃게 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의무처럼 깨 주는 사람.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리고 아마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명절은 달랐다.
약 기운으로 감정의 높낮이가 거의 없는 나에겐,
기쁨도, 불안도, 기대도, 즐거움도 없다.
무언가를 보아도 오래 반응하지 않고,
마음이 동요하지도, 뭔가가 크게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 상태로 명절을 맞았다.
신기하게도, 나는 조용했다.
필요한 만큼만 움직였고,
묻는 말에 천천히 대답했다.
괜히 더 나서지 않았고,
스스로를 의식하지 않아도 과해 지지 않았다.
내가 나를 보기에도 낯설 만큼.
“올해는 참 차분하네.”
“분위기가 달라졌어.”
“@@이 색시는 참, 우아해!”
우아.
우아...?
그 단어가 잠시 공중에 머물렀다.
저 말이 나를 가리키는 게 맞나 싶었다.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성숙해지려 애쓴 것도 아니고,
마음을 단단히 붙잡은 것도 아니다.
그저 감정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다.
한 번도 다른 것이 나온 적 없는 enfp인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밝고, 너무 시끄러워서 문제였던 내가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게 이상했다.
좋고 싫음도 없었다.
다만 조금 의아할 뿐이었다.
나를 가리켜 우아하다고 불렀고,
나는 그 말이 아직도 전혀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아하다니.
태어나서 처음 겪는 명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