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닿지 않는 나
어느 날, 전달 실적을 정리하는 자리였다.
부문별로 숫자가 나왔고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불렸다.
내 이름도 그 안에 있었다. 이름이 불리자, 잠깐 시선이 모였다.
몇몇은 고개를 손뼉 치는 손 모양을 했고 누군가는 가볍게 웃었다.
수고했다는 말이 이어졌고 그렇게 지나가려는 찰나
덧붙는 몇 마디가 나를 멈춰 세웠다.
요즘은 많이 안정적인 것 같아요. 문제 생길 때마다 중간에서 조율도 잘해주시고요.
그러게요, 팀원들은 얼마나 또 든든할까요? 뒤에 떡하니 이렇게!!
그러니까요! 우리 팀에서도 이렇게만 해주면 참 좋을 텐데, 어쩜 이렇게 일을 잘해요?
이런 팀장을 데리고 있는 부서장은 얼마나 좋아~? 부러워 죽겠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저 그들의 말을 들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말없이.
리액션도 없이, 빙그레 웃기만.
그래도 된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이제는 그 정도 반응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지금이라도 다행인가, 생각하다가도...... 멈칫하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들 사이사이를 부유-하는데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나를 맡겠다는 팀장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휘몰아치는 감정기복과 과한 하이텐션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팀원이라는 이유였다.
지금처럼, 최고 실적을 내고 박수받았던 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가 끝난 뒤 따로 불려 가 들은 말이라는 게, 그때 내 담당 팀장이 본인 팀에 버겁다며 팀원체인지 요청을 했고, 다른 다섯 명의 팀장 중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했다.
팀장들이 나를 맡는 걸 부담스러워한다고.
내가 팀원이니 내 실적이 본인의 실적이 됐음에도,
그랬는데도.
그래서 한동안은 팀장들이 아니라 팀장들만을 관리하는 부서장이 나를 맡았다.
특별 케이스라면서.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이 반응했고,
지금보다 훨씬 많이 흔들렸다.
매일이 격랑이었고 해일이었다가도 어느샌가 신나는 파도가 되어 서퍼들과 서로에게 미끄러지듯 하기도 했다.
내가 그리도 이상한 걸까
내가 그리도 싫은 걸까
내가 그리도...
그렇게 부서장의 특별한 관리대상에 들어갔지만,
부서장이 딱히 내게 뭔가를 해 주거나, 다른 어떤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내버려 뒀을 뿐.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안정적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뭔가 인식되진 않았다.
이게 더
나은 건지,
아니면 덜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