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채로, 그대로

그런 채로 그 이상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by 는개





별다른 일은 없었다.


나는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의 반응을 조금씩 흉내 내면서.


칭찬을 들으면 잠깐 웃고, 아닙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떤 날은 그럴듯하게 넘어갔고
어떤 날은 조금 어색했지만

대부분의 순간은 문제없이 지나갔다.


사람들은 내 반응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대화는 늘 그렇듯 이어졌다.

나는 그게 조금 신기했다.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해도,

괜찮은 거였구나.















그래서 그렇게 살았다.

어떤 상황이 오면 거기에 맞을 것 같은 반응을 떠올리고 머릿속에 남겨놓았다.

상황이 다가오면 일단 한숨을 쉬고, 시뮬레이션했던 반응을 출력했다.

그렇게 하루를 넘겼다.


집에 돌아오면 했던 말들이나 만났던 상황들이 머릿속을 부유하고 다녔다.

그럼 내 행동을 되돌아보며 그게 맞는 반응이었는지 조금 과했던 건 아닌지 아니면 너무 늦었던 건 아닌지 생각하며 한 동안은 머릿속으로 그 상황들에 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다.

이런 걸 누가 가르쳐 주는 건 아니라서


대신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상비약을 담은 파우치를 늘 한 손에 쥐고 다니며

검색창 속 수 많은 사례들이 하는 몸짓을 흉내냈다.


칭찬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어떤 말이 자연스러운지.



처음에는 그저 참고하는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하나의 기준값이 되어갔다.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 반응에 반응한 타인들의 반응을 조금씩 떠올려 보게 됐다.

그러면서 내 태도와 액션과 보이는 기분을 생각했다.

맞았던 것과 어색했던 것들을 구분해 보면서.


잘 모르겠는 날도 있었고, 괜찮았던 것 같다가도
다시 이상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걸 반복했다.


어떻게 해야 할 줄도 몰랐지만,

그만둘 수는 없었다.







한 번만 더 외면받으면

나는


나를 버리려는 시도를

시도에서 끝내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냥

그저 그뿐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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