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이, 무탈

맞을 것 같은 반응을 골라 썼다

by 는개




어느 순간부터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지면서 겪는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반응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게 따라 해 보는 건 가능했지만 그게 맞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칭찬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하는 게 자연스러운지, 어떤 말이 적당한지. 그런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참고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조금씩 기준처럼 바뀌어 갔다.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는 게 맞고, 저런 상황에서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는 식으로.


나는 점점 그걸 기억해 두었다가 꺼내 쓰게 되었다.

상황이 오면 잠깐 멈췄다가 맞을 것 같은 반응을 떠올리곤 조금 늦게 그걸 꺼내 놓았다.

그렇게 순간들이 문제없이 지나갔다.

대부분은.







이전보다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의견이 어긋나는 상황이 와도 예전과는 달랐다.


감정이 먼저 올라와서 나는 목소리를 높이거나 누군가는 불쾌해져서 얼굴을 붉히거나 했어도 했을 시간, 누군가 개입해서 수습하려 들었을 순간들이 생각보다 조용하게 지나갔다.

크게 부딪히지 않았고,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그게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적어도 이전처럼,

내가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으니까.









사람들은 여전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멈출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방식을 계속 사용했다.


집에 돌아오면 그날의 장면들이 가끔씩 떠올랐다. 내가 했던 말과 그때의 표정과 상대의 반응까지. 그걸 하나씩 다시 반추해다. 그때의 내 반응이 맞았던 건지, 조금 과했던 건지, 아니면 너무 늦었던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 확인했다. 검색을 하고, 비슷한 상황을 찾아보고, 읽어보고.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오면 비슷하게 해 보고.


그렇게 조금씩 맞춰가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반응이 아니라 정답에 가까운 걸 고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만두지는 않았다. 그게 맞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틀린 것 같지는 않아서.








가끔은

생각이 멈추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의사선생님에게 약을 받아 먹으며 억지로 감정을 누른 나는

별 감정이 들지 않았고, 별 느낌도 없었다.


어떻게 해도 별 느낌이 들지 않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반응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어딘가 잘못되고 있는 건지.

명확하게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생각도 오래 두지는 않았다.

아무 일 없이, 무사하게 넘어가기만 하면 됐었으니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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