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와 마음을 굽어봅니다

내 감정인데도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더디고 쉽지가 않아요

by 는개

마크 트웨인은 '외로울 때는 잠자는 게 최고인 것 같았다. 외롭다가 결국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아주 어릴 때 읽고 이십 년 만에 다시 읽게 됐던 책 속에서 그 문장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외로워 우울한지, 우울해서 외로운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외로워 우울해 우는 나에겐 결국 잊는 것만이 답인 건가 싶어서, 그 구절을 읽고 또 읽으며 울다가 수면제를 집어삼키고 잠이 들었습니다.


자고 일어났으나 여전히 우울이는 같이 있었어요.

누구는 버리고 떠난 나를, 우울이는 떠나지 않는 건가.

우울이랑 같이 있는데, 우울이는 내가 자기를 몰라줘서 외로웠던 걸까.


요즘은 우울이와 함께 마음을 관찰합니다


희노애락이 없어져서 좋았어요.

그냥 감정에 원하지도 않게 빨려 들어가 허우적대기만 했으니까.


몇 년 전 나는 그 감정들에 지배당해서

겨우 술통을 지푸라기처럼 붙잡고

겨우겨우 입만 뻐끔뻐끔 내밀고 숨만 쉬었었어요.

많이 나아져서 그 현실은 없어졌어요.

일상생활도 하고 있고요.


재치료를 시작하면서 그 현실은 없어졌지만

이젠 현실이 아닌 꿈에서 그 감정들에게서 도망치고 있어요.


그렇게 희노애락에 지배당하기만 해서 없어지길 빌기를 수 천 번 수 만 번,

그 감정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단 하나도 알지 못한 채.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요, 내 감정들은.


나는, 계속 그저 '좋아한다'를 쫓으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너무 많이 버려지고 너무 많이 외면당했어요.

바보 같고, 멍청하고, 사리분별 못하는 찐따라고 놀림받고.

그게 나라고 손가락질만 당했는데.


그 시절이 없어질 수 있을까요, 과연.


나를 싫어하지 말자고 했지만,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지만,

참 힘드네요. 날 싫어하지 않는 게.

날 좋아하는 날이 과연 올는지 모르겠어요.

막막한데 그래도 힘이 좀 나요.


나는, 그래서

그래서,


나는,

정말, 그래서


희노애락 없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아니,

느끼지 않고.


나는 이렇게

너무 별 일 없이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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