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음식을 참 맛있게 만드셨다.
엄마를 교묘히 이용하는 건 아닌 데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엄마와 연세가 비슷하신 어머니들이 나를 딱하게 여겨 잘 챙겨 주시곤 하셨다. 에이치엔엠 서면점에서 일할 때 매장 오픈 전 청소를 해주시던 어머니 한 분 계셨는데, 언젠가 내가 집에 김치가 없어서 식당 가면 꼭 김치는 다 먹고 온다고 했더니 그다음 주에 김치를 담가서 다른 직원 몰래 나에게 주셨다. 너무 맛있었는데 맛있었다고 하면 또 해주실까 봐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지금 잠깐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매장에서도 어쩌다가 또 청소팀 어머니랑 친해져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결혼할 남자는 그래서 너를 평생 잘 먹여 살려 줄 것 같냐고 물어서 울컥했다. 아빠도 (물론 엄마도) 해준 적이 없는 진심 어린 말이었기에. (유야 조심해라!)
며칠 전부터 자꾸 반찬을 조금 주신 다기에 한사코 필요 없다고 사양했는데 결국 오늘 큰 봉지를 전달받았다. 퇴근길에 들고 오는데 벌써부터 무게가 심상치 않다.
집에 오니 허기가 져서 반찬 봉지를 열어보니 한 달은 먹을 것 같은 반찬들이 후드득 쏟아져 나온다. '조금'이라고 하셨잖아요. 먹어 보니 심지어 맛있다. 평소엔 잘 못 먹는 집에 있는 밑반찬들. 오이소박이, 오징어채, 마늘종 무침... 그러니까 엄마가 살아 계실 때 집에 있었던 엄마 맛이 나는 그런 반찬들. 좀 간도 짜고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니,라고 하셨는데.
목이 멘다. 밥을 퍼 먹고 있는데.
(사랑받고 있는 거 맞겠죠,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살고 있는 거죠, 어떻게 다 보답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