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야를 멜버른에서 처음 만났을 땐 절대로 좋아할 수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와인 한 모금 마실 때 마다 계속 입 주변을 손수건으로 꼼꼼히 닦아 내길래 꽤나 결벽스러운 녀석이군,하고 생각했고, 몇몇 친구들과 바닷가로 놀러 갔을 땐 뜨거운 여름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꽁꽁 싸매고 와서 놀 줄 모르는 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리는 불같이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고, 나는 유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해 본 적도 없으며, 날 좋아하지 않는 걸까 고민하며 전전긍긍 한 적도 없었다. 지금까지의 연애와는 정반대였다.
유야는 내가 밤 늦게까지 술을 퍼 마시면 옆에서 같이 마셔 주었고, 내가 근처 산책을 간다고 하면 같이 가주겠다며 뒤에서 묵묵히 따라와 주었다.
나는 고민이 많았고 유야는 조용하고 자상했다.
그러다 어느날 까만 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는 새벽, 집 뒷마당에서 내(나)가 자길(유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지?). 살짝 취해서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었다(원래는 여자쪽이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말(그의 추측이지만)로 시작된 연애는 둘 다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 못한다. 나는 3월 31일로, 유야는 4월 1일이라 한다.
4년간 사귀면서 유야를 만날 생각에 설레어서 잠 못 잤던 기억은 없다. 함께 있으면 왠지 숨이 막히고 긴장으로 몸이 뻣뻣해 지지도 않았다. 남매 같은 사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 하고 다녔다. 유야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맥주와 함께 내어주는게 일종의 애정표현이었고,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법이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출근 길에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유야 맛있는 거 사줘야지! 그때 그순간, 우리 평생 함께 하겠구나 생각했다.
내 쪽이 워낙 대책없이 자유롭게 살아 와서 가끔 나조차도 내가 감당이 안되는데, 유야는 나를 평생 감당 할 수 있으려나. 불안하긴 하다. 미안하기도 하고.
그저 호주에서 만나 일본을 거쳐 한국까지 이어온 자유로움 처럼, 얽매이지 않고 두려워 하지 않고 도전하며 재밌게 살면 좋겠다.
*저는 유야와 함께 있을 때 자유롭게 행동 할 수 있습니다.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고, 우월함을 과시 할 필요도 없고, 평온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2016년 4월 15일 서류상으로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식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결혼 포스터를 받아 보시고 싶은 분들은 댓글로 집주소나 이메일 주소를 달아 주시면 우편이나 첨부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위에 사진은 포스터가 아닙니다 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