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은 알고 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by 피츠로이 Fitzroy


33년간 오른손잡이었다. 왼손으로 식사를 하던 그가 멋있어 보여서 (그를 좋아했고, 그가 보고,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걸 따라하고 싶었던 이유로) '왼손으로 밥 먹기'를 시작했다. 왠만한 남자보다 식사 속도가 빨랐던 내가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아니 빨리 먹을 수가 없었다). 젓가락 두개는 따로 놀았고 라면도 후루룩 먹을 수 없고 김치도 한번에 집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구요,라며 말을 건넸고 나는 왼손 쓰기 연습중이라고 했다. 도대체 왜? 나는 어째서 무엇을 위해 그토록 왼손 쓰기 연습에 노력을 기울였던가.

이제 나는 왼손 쓰기에 꽤나 능숙하다. 식사 땐 저절로 왼손으로 젓가락을 들고(예전에 오른손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깨닫고 왼쪽으로 바꿨다) 훌륭한 수준으로 김도 집고 국의 건더기도 건져 먹는다.

왼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동안, 그를 향한 나의 짝사랑은 끝이 났다. 그와 나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원래 아니었지만) 다짐과 함께 마음 한 구석에 단단히 자리잡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그를 훨훨 날려 보내주었다.

내가 얼마나 그를 좋아했는지 그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나 단 한사람 밖에 모르는 일이지만, 내 왼손은 알고 있다. 지난 몇개월간 내가 얼마나 한사람을 위해 마음을 썼는지, 내가 얼마나 왼손을 못 살게 굴었는지.

왼손 쓰는 내 모습은 꽤 멋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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