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부터 얌전한 아이가 아니였다.
얌전한 아이는 절대로 펄펄 끓고 있는 냄비에 유리병 따위를 던지지 않는다.
엄마는 사과잼을 만드는 중이었고 깊은 냄비 안에는 사과잼이 펄펄 끓고 있었다.
유리병을 던져 넣은 댓가는 처참했다. 사과잼의 파편들이 얼굴로 날아 들어 열 군데는 족히 넘어 보이는 상처가 생겼다.
불에 데인듯 울었다. 진짜 데인거라서 너무 많이 울었다. 엄마도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섯살배기 여자애가 이제부터 얼굴에 화상 흉터를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다.
엄마의 지극정성인 간호로 나는 흉터 하나 남지 않고 깨끗한 얼굴로 돌아왔다. 심지어 엄마에게 물려 받은 좋은 피부는 사과처럼 매끈해 보였고, 사춘기 때 여드름 한 번 나지 않았다.
딱 그 시절의 사진을 보면 얼굴엔 항상 연고가 범벅인 채 바보처럼 웃고 있다. 엄마는 그렇게 천천히 시간을 들여 기적을 만들어 냈다.
오늘 복숭아잼을 만들었다.
제철 과일 찬스로 야심차게 복숭아 한 박스를 싸게 가져왔는데 영 맛이 들지 않은 평범하고 맛없는 복숭아였다.
잼이란 건 처음 만들어도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복숭아 과육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엄마 생각을 했다.
빗자루 몽둥이로 두들겨 패도 모자랄 말괄량이 딸래미를 상처 안남기게 하려고 매일 매일 약을 발라 주었을 엄마를.
나는 엄마가 나를 많이 사랑하지 않은줄 알았다.
만약 내 딸이 사과잼에 병을 던지는 장난을 해서 화상을 입고 엄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 따위의 얘기를 한다면 난 영원히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복숭아처럼 핑크 빛이 도는 하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