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배달 온 치킨을 입안으로 쉬지 않고 밀어 넣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는 이유는, 남편이 오늘 잃어버린 지갑 때문만은 아니다. 왜 지갑에 그렇게 많은 현금을 넣고 다녀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서도 아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말랑한 봄 밤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봄 밤을 푸근한 양갱과 같다고 했는데 딱 그런 봄 밤에) 앞에서 엄마 손잡고 걸어가는 삼 형제의 모습이 미치도록 부러웠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런 존재지 참.
삼 형제가 엄마에게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서로 말하려고 투닥투닥하는 모습.
“내가 먼저 말할래! 엄마, 오늘 학교에서...”
“아니야 내가 먼저 말할 거야, 형아 저리 가~”
나도 얘기하고 싶다
‘엄마 오늘 유야가 지하철에서 지갑을 도둑맞았데......’
‘엄마 오늘 회사에서 너무 바빴어, 10분도 쉴 틈이 없었어’
‘집 앞에 노란 장미를 꽃병에 담아 두었는데 누가 꽃병만 가져갔어’
나는 삼 형제처럼 책가방 매고 신발주머니 들고 학교 체육복을 입진 않았지만, 나도 너무 할 말이 많다. 엄마가 떠난 후 15년간 줄 곧 그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