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꺼내보는 결혼 기념사진.
남편이랑 나는 둘 다 백수 일 때 결혼했다. 그 후로도 반년을 더 놀았다. 제일 돈이 없을 때 결혼했기 때문에 앞으로 돈 없다며 다툴일은 없을 것이다.
돈 없는데 일본, 한국을 왕복하며 수많은 국제결혼에 관한 서류들과 씨름해야 했고, 돈 없는데 신혼여행은 가야겠다며 식중독 걸린 남편을 40도가 넘는 나라에서 2주간 끌고 다녔다.
돈 없어서 못 살겠느니 하는 이야기는 나올 수가 없다. 돈 없어도 둘이기에 즐거운 일이 너무 많았기에.
한국에선 결혼식 대신에 가장 친한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었고, 일본에선 결혼식 대신에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우리 둘은, 둘이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편안하기 때문에 사실 다른 모르는 사람이 축하해 줄 필요가 없었다.
(남의 말 절대로 안 듣는) 제멋대로인 여자와 (남에게 피해 끼치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는) 낯가리는 남자는 그렇게 결혼신고를 하고 막바지를 향해 가는 올해를 바라보고 있다.
나의 갑작스러운 수술로 가족들을, 남편을, 친구들을 조금 속상하게 하고 만들고 있는 연말이지만 잘하고 올 거니 걱정 마세요.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미안하다고 안 하고 사랑한다고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