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도토리의 계절이다. 어렸을 적 엄마를 따라서 마을 뒷산에 도토리를 주으러 다녔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눈알을 굴려서 작은 열매를 열심히 주워 담았다.
그래서 나에게 가을은 도토리다.
엄마는 모은 도토리를 방앗간에 가서 곱게 가루로 빻아 온 후 집에서 직접 묵을 쑤었다.
가을의 별미는 도토리묵이다.
집에서 직접 만든 알싸한 도토리묵의 맛은, 묵 맛을 잘 모르는 나에게도 파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란 걸 알게 했다.
도토리는 일본어로 동그리(どんぐり)라고 한다고 유야에게 배웠다.
가을만 오면 유야에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와 동그리를 주워서 집에서 묵을 쑤어 먹었다고.
도토리도 묵도 잘 먹지 않는 일본 사람에게 그렇게 계속 3년 내내 그 이야기를 한다.
나에게 가을은 엄마 뒤를 쫓던 도토리를 줍는 꼬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