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_묵 쑤는 엄마

by 피츠로이 Fitzroy

엄마는 매년 행사처럼 도토리묵을 쒔다. 8살 때 집에서 만든 도토리묵을 처음 먹었다(이런 것을 ‘홈메이드’라고 하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는 어쩐지 도토리묵 맛에 굉장히 민감하여, 시장에서 파는 도토리묵을 먹은 날에는 이건 가짜라느니(대체 뭐가 가짜고 뭐가 진짜인 건지) 이건 만들어 먹을 때 맛이 안 난다, 라며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평가를 해댔다.

가을은 도토리를 주으러 다닌다. 8살이 되어 처음으로 엄마를 따라 동네 뒷산으로 나섰다. 드디어 엄마는 나를 보조로 써도 되겠다고 생각한 듯했다. 어른들은 나무만 보고도 아, 이건 도토리나무, 이건 밤나무, 이건 소나무지, 하며 잘도 맞춰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뒷산은 남자 고등학교와 담 하나를 놓고 마주 보고 있어, 학생들이 몰래 숨어 담배를 피워대는 탓에 담배꽁초도 수두룩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눈알을 굴려서 작은 열매를 열심히 주웠다. 나는 도토리 외에 담배꽁초도 줍고 돌멩이도 줍고 작은 나무 조각들도 주웠는데 엄마는 거기서 도토리만 골라내 검은 봉지에 따로 담았다.

“유영아 이건 아니야, 이런 건 줍지 마.”

도토리가 봉지에 가득 차야 엄마와 같이 하산할 수 있었다. 저만치 허리를 구부린 엄마의 뒷모습이 보이면 든든하고 따뜻했다.

방앗간에 가서 도토리를 빻아 오면 고운 가루가 햇빛에 반짝거려 눈이 부셨다. 한 움큼 잡으면 부드러운 가루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 간지러운 느낌이 좋았다.

“먹을 건데 그렇게 손으로 만지면 안 돼.”

엄마가 묵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계속 지켜봤다. 엄마는 신중하게 정성을 다하여 도토리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묵을 베란다에 놓고 굳히는 과정이 나는 제일 좋았다. 완성된 묵의 탱글탱글함을 손으로 찔러보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엄마는 항상 나무랐지만.

집에서 직접 만든 알싸한 도토리묵에선 엄마 맛이 났다. 김치의 맛을 알기 전에 묵 맛을 먼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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