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산전검사

혜택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보자

by 피츠로이 Fitzroy

이제 기억이 났다.

나는 작년 말에 처음으로 남편과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보건소에서 실시해주는 산전검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검사까지 받았었다. 검사를 받고 나서 또다시 밀려오는 두려움 때문에 임신을 포기했었던 기억. 내가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나, 이 집에서 태어난 것을 후회 안 하게 해 줄 수 있나, 그런 고민을 했었다. 자신이 없어서 포기한 게 맞다.

그런데 나의 '행복'에 대한 관념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이 유튜브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4EVe6UJwmQ&t=235s

이것을 보고 행복은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거지, 다른 것들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좋은 강연이었다.

아이를 가져보겠다고 다시 용기를 낸 기념으로 작년에 산전검사 후 썼던 일기를 공개한다!


2018년 11월 15일

하남 보건소에서 임신 전 산전검사받기로 한 날이라 남편이랑 시간 맞춰 일찍 일어났다. 어젯밤 남편이 만들어준 명란 크림 파스타를 혼자 2인분이나 먹었는데 8시간 금식은 다행히 지킬 수 있었다(금식 주의사항 잊지 마세요).

보건소로 향하기 전, 덕풍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 1통을 발급받았다. 혹시 몰라 혼인관계 증명서도 가져갔는데 그건 필요 없었다. 남편과 계획 임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다니 놀라운 일이다(산전검사를 이유로 보건소에 가는 것 자체가 상상도 못 한 일).

하남 시청에 처음 들어와 본 우리. 내부가 엄청 크다. 접수처에서 무료로 구강세척제를 지급해 주길래 받아왔다. 남편 것 까지 두 병. 보건소는 좋은 곳이네!

검사는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고, 순식간에 끝났다. 소변 받아오고, 피를 뽑았다. 이렇게 해서 뭘 잘 알 수 있긴 한 건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혈관이 잘 안 보여서 팔을 바꿔가며 채혈했는데, 처음이 아니란다.

검사 전 배가 너무너무 고프다고 했던 남편은 검사가 끝나자 피를 봐서 그런지 급격히 식욕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들어간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 하나에 치킨 랩을 하나 더 추가했다. 음...... 뭐 그럴 수 있지.

이렇게 산전 검사를 마치고 나니, 금방이라도 임신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네!

결과가 나오면 다시 오기로 했다! 나쁜 결과는 없겠지.


뒷이야기:

인터넷을 통해 결과를 볼 수 있었지만 보건소에 방문하면 선생님과 상담도 가능하다 하여 우린 번거로워도 다시 보건소에 방문하는 것을 선택했다. 결과지를 받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었는데, 중요한 수치들 위주로 봐주시긴 했지만, 남자 선생님께서 워낙 나이가 많으셔서 거기 앉아 계시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셨다. 그래서 뭔가 죄송하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이 계속 들어 '감사합니다'하고 서둘러 나왔다. 선생님은 내게 "이상 없네요."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안심되는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남편은 간수치가 엄청 높았다. 시아버지도 간이 안 좋으신데 또 고런 걸 닮았네.

보건소 혜택 잘 누리면 좋을 것 같다(각 보건소마다 또 조금씩 혜택이 다른 것 같다).

이렇게 지난 보건소 산전검사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