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마리아 플러스_친절함에 놀라다

by 피츠로이 Fitzroy


친절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나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뭐가 필요한지 묻고, 필요한 것을 골라주고, 결제를 해주고, 헤어지는 인사를 한다.
옛날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엑셀을 켜고, 파워포인트를 켜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컴퓨터를 다시 끄고 돌아가는 일을 했다. 분명 이것보단 재밌을 거라 확신하고 사람들을 만나러 뛰쳐나왔다.
처음 컴퓨터가 아닌 사람과 상대하는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진정한 내 일은 찾은 듯 훨훨 날아다녔다. 외국 본사에서 온 비지터는 나를 가리키며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스마일의 표본이라고, 모든 직원이 저렇게 웃을 수 있도록 액션플랜을 짜라고 매니저에게 지시했었다. 고객들은 나에게 너무 예쁘게 잘 웃는다, 어쩜 그렇게 친절하냐 칭찬을 해줬다.
그런데 이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분명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최근에 친절하다, 웃는 게 예쁘다 라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뭐가 변한 걸까. 내가 변한 거겠지.
두 번에 걸쳐 송파 마리아 플러스 병원에 방문하며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고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주차장에 계신 분도, 진료실 안에 계신 분도, 접수대에 계신 분도 똑같았다. 한 명 한 명이 모여 만들어진 그 병원 전체의 친절함은 나에게 놀라움과 동시에 큰 행복감을 주었다. 예쁜 미소와 아이컨택, 상냥한 말투가 오래 남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알기에. 하루에 50번 같은 걸 말하더라도 말투의 온도와 속도와 억양이 달라지지 않아야 하는,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친절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친절함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어떻게 몸에 배이는 걸까. 선천적인 걸까 후천적인 걸까.

작은 친절이, 조그마한 배려가 상대방의 하루를 통째로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이 병원에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어떤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설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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