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3일

여름이에게

by 피츠로이 Fitzroy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게 참 여러 가지 감정이 드네.
나에게 엄마란 존재는
잘 웃어주지 않고, 잘 안아주지 않고, 동생과 차별하고 사촌언니와 비교하고, 아빠의 딸이라 부르고, 공부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굴고, 사는 게 너무 괴로워 보이는데 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엄마에게 들어보고 싶은 말들이 있었어.
“엄마가 사랑해.”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니 편이야.” 이런 것들. 드라마 속에는 잘도 나오는 데 내 인생 속엔 없었던 그런 말.
며칠 전 본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를 들었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도저히 내가 이겨 볼 수 없었다.’라고 했던 것 같아. 난 사랑받고 자랐을까 의문이 들었어. 사랑받고 자라서 이만큼 잘 웃는 사람이 된 걸까. 아님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이렇게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이 된 걸까.
내가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너에게 해주고 싶어.
엄마가 너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고, 많은 걸 해줄 수 없을진 모르지만, 그래도 끝까지 네 편이라고, 살아있을 때 까진 네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겠다고.
우리 엄마는 내가 어른이 되면 해주려고 준비만 하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말도 못 알아듣는 아주 어린 너 일 때부터 이런 말들을 해줄게.
엄마는 네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혹은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떠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언제든 엄마가 너의 생각보다 빨리 떠날 수도 있다는 걸 알려 주면서 지낼게. 혹시나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너의 충격이 덜 할 수 있게. 그러니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최고로 사랑하며 지내야 한다는 걸, 매일매일 실천하며 살게.
날 닮아 웃음이 많은 아이로 자라는 것도 좋겠지만, 나를 안 닮아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보다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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