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담임선생님은 세계사 과목을 가르치셨다. 선생님의 수업시간은 ‘이해’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암기는 매우 요구되었다.
“외워. 이거 시험에 잘 나오는 거야, 그냥 외워.”
열심히 외웠는데 그러다 잊어버리기도 해서 항상 다 맞추지는 못하는 단골 출제 문제가 있었다. 이 선생님 참 이거 어지간히도 좋아하네 싶게.
문제는 기억이 안나는 데 답만 기억한다.
아리안족, 인더스강, 카스트제도. 이렇게 세 가지.
어떤 질문의 답이 이것인지 알지 못하는 거 보면 정말 그냥 무작정 외운 거다. 보기 중에 있다면 답으로 고르거나 주관식이면 이 중에 하나 써내면 된다는 식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나의 40살을 네팔의 포카라에서 맞겠다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없다. 인도에서 만났던 니콜라가 나에게 했던 말들을 어째서 인지 잘 지키고 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살아보고, 네팔에 있는 포카라는 꼭 가보라고. 호주에서 30살을 맞았고, 나머지 하나는 40살에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네팔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세계사도 가르치고 중2병에 걸린 마흔다섯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썰렁한 농담이 떠올랐다. ‘피식’의 ‘피’ 자만큼 밖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 그런 우스갯소리지만 묘하게 성실한 구석이 있어서 또 싫지만은 않았다. 다만 50분 수업을 듣고 머리에 남은 건 ‘이것도 그냥 외워.’ 한 마디 임에 나 자신을 원망해야 하는지 선생님을 원망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움은 있었다.
나중에 나의 아들이나 딸이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인더스 문명을 배운다면 “얘야, 외워 그냥. 외워두면 37살 돼서도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나는 날이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대신, 같이 인도에 가보자 하고 싶다. 여기가 네가 배운 인더스 문명의 발생지야,라고 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