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행복을 왜 나한테 찾아

by 피츠로이 Fitzroy


결혼해서 처음 배워가고 있다.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개념이다.
받으면서 느끼는 행복보다 더 의미 있는 주면서 느끼는 행복에 대해.
남편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나한테서 찾아야 한다는 걸.
최근 나를 행복하게 한 건 내가 가진 돈이 의미 있게 쓰였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남편은 태어나서 한 번도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 워낙 정적인 걸 좋아하고 여성 호르몬이 많이 도는 사람이라 예전 취미도 들여다보면 바둑 두기, 수학 문제 풀기 같은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편의 몸상태는 점점 엉망이 되어갔고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결과를 들어야 했다.
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나의 비상금을 풀어 그대에게 1:1 퍼스널 트레이닝 수업을 선물하기로.
나한테는 절대 안 쓸 돈이었다. 차라리 집 앞 공원을 겅중겅중 뛰어다니면 다니지.
하지만 운동과는 평생 담쌓았던, 어디서부터 어떻게 운동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남편에겐 개인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결혼 전의 나였다면 이걸 대체 왜 내가 내야 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머리에 떠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 정도의 여윳돈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회사를 다니며 매월 카드값을 낼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어서 나도 너무 행복하다고.

#아들키우는심정으로 #내팔자야 라고 한 번은 말해도 괜찮겠지요 그래도 #행복한일기

매거진의 이전글이해하려고 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