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들은 노래가 미치는 영향

by 피츠로이 Fitzroy


TV를 보지 않아서 남들보다 항상 정보가 좀 늦다. 그런데 지난주 슈가맨3에서 ‘태사자’가 나온 모양이다.
나는 중학교 내내 케이블 TV를 끌어안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쯤 태사자의 ‘도’, ‘Time’ 같은 곡의 뮤직비디오를 끊임없이 듣고 보았다. 가사는 대체 왜 외워지는 거지. 근의 공식은 금방도 잊었는데.
잊은 줄 알고 있었던 태사자를 생각하니 내가 중학교 때 살던 집과, 엄마가 선생님께 몰래 준 돈봉투와, 등교할 때마다 너무 추워 입김이 호호 나던 골목길의 새벽 냄새 같은 게 떠오른다.

중학교 때 나는 매년 교내 독후감 대회에 참가했고, 모두가 내 글 솜씨에 감탄할 거라 자신했지만 한 번도 1등으로 뽑힌 적은 없었다.

‘책거리’라는 교내 풍습이 있어서 엄마는 내게 말도 않고 (당일 아침까지도) 떡이나 귤을 바리바리이고 갑가지 나타났다. 나는 공부를 못하는데 엄마가 학교를 너무 열심히 다녀서 왠지 부끄러운 마음에 엄마가 온 걸 보고도 모른 척했다.
“야~ 너네 엄마 왔어.” 모른 척하면 꼭 친구가 알려줬다.

중학교 때도 어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되면 늘 호구조사를 했고, 가족 구성원의 이름을 모두 적고, 옆에 나이를 적고, 직업을 적고, 최종학력을 적어오라 했다. 엄마가 본인 이름을 영어로 못 적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고, 외할아버지가 공부를 못하게 해서 중학교까지 밖에 못 다녔다는 사실을 듣는데 끝까지 엄마와 함께 울어주지 못했다.

친구가 전부인 시절이었다. 엄마 아빠의 잔소리도, 선생님의 꾸중도, 학교 매점의 신상 빵도 안 중요했다. 친구가 나를 얼마큼 좋아하는지,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 친구는 우리 엄마가 선생님한테 돈을 줬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고 나는 울면서 엄마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시절, 그런 파란만장한 일들이 하루에도 쉴 새 없이 반복되던 시절, 1996년에서 1999년에 들었던 노래들은 전주만 듣고도 마음이 따끔거린다. 90년대 후반의 모든 냄새를 담은, 음악방송을 사랑하던 나의 마음속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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