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있나요

그 사람을

by 피츠로이 Fitzroy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줄기차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존재가 있다.
그런데 줄기차게 그에게 안부를 묻고, 먹을 것을 사서 보내고, 함께 가 볼 여행지를 고르고, 용돈을 보낸다.
이 정도면 변태, 아니 정신이상자다.

더 무서운 건 그의 관심을 받기를 늘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실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지칠 줄 모르고 도전한다. 나는 이토록 희망적이고 포기를 모른다.
고통을 즐기는 건가, 아님 욕하고 싶은 구실을 일부로 만들어 내는 건가. 얼마나 더 상처 받을 수 있나 답을 알면서도 시험해 보는 걸까, 인생은 심심하니까.

가끔 돈을 빌려 달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오늘도 그랬다. 아무런 대답도 안 하고 돈을 이체시켰다. 서른 살을 호주에서 맞았듯, 마흔 살을 어느 다른 나라에서 맞겠다고 한 달간 거주할 돈을 모으고 있는 통장이다.
“아빠가 돈 필요할 때 내가 빌려 줄 수 있어서 행복하네. 회사 더 열심히 다녀야지.”라고 답하고 싶다는 걸 돈을 부치고 두 시간이나 지나 혼자 낙지덮밥을 먹으면서 생각났다. 친구에게 어떠냐고 조언을 구했더니 됐다고 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보내지 않고 핸드폰 메모장에만 써놨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기특해서.
결론은 행복하다고 생각하자, 이다.


#결국은메모장에서브런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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