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오늘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인 것 같다. 우리 네 식구는 한 달에 한 번씩 가족회의를 했다. 아버지가 우겨서 억지로 했던 가족회의. 모티브를 학급회의에서 따왔기에 할 건 다했다. 시작과 함께 모두 애국가를 불렀고, 나는 멜로디언으로 멜로디를 연주했다. 나는 또 서기 역할도 했다. 이 회의에 가장 회의적인 사람이 나였는데 1인 다역을 맡았다.
한 달 동안 함께 지내면서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들에 대해 말했다. 이어서 아버지는 ‘성일이는 이번 달에 성적을 더 올리면 좋겠다’ 말하고, 엄마는 ‘당신이 집안일을 좀 더 도와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옆에서 나는 열심히 적었다.
그렇네. 우리 가족은 그런 것도 했었네. 싸우고 울고 헐뜯고 그런 기억만 있던 건 아니었네.
남편과 가정이란 걸 만들고 3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니까 나름 가족회의 같은 것을 한 거 같다.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내가 소리 지르다 울면서 끝나는 항상 같은 패턴의 싸움이 아니라 차분히, 서로에 대해, 이 가정에 대해, 결혼생활에 대해 담담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역시나 나는 울고 말지만. 여하튼 잘 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17년간 내 멋대로 자랐기에,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기에, 옆에서 그건 아니다 그건 하지 마라 그건 고쳐라 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이 없었기에,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는 것에 익숙지가 않은 사람이다. 아니 이었다. 그 사실을 어제 깨달았다. 남편의 ‘너의 이런 게 싫었어’, ‘그건 고쳐줬으면 좋겠어’ 같은 말에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마음이 무너졌다.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냥 받아들이고 고치면 되는데, 감히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지 분한 감정이 없어지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김아란 선생님이 그랬다. 울어도 된다고, 중요한 건 운 다음이라고. 그다음에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한 거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울다가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고치도록 노력해 볼게. 매일 조금씩 달라지도록 해볼게.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지고, 발전한 사람이 돼볼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일본어로 완벽히 표현할 수 없어 비슷하게 말했다.
나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오늘 갑자기 오래되고 잊었던 기억인 가족회의가 떠올랐다. 나랑 우리 남편도 정기적인 가족회의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남편도 이제 그만 참고 살고, 나에게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가져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