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외국인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혹은 오지랖)
5호선 김포공항역, 상일동 방향 홈에 서서 상일동행 지하철이 도착했는데도 타지 않고 있는 이 여자는, 이 차가 어디로 가는 건지 벽에 붙은 노선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이대로 지하철의 문이 닫힐까 봐 나는 조바심이 나는데 그녀의 표정은 태평하기만 하고 좀처럼 움직이려고 들지 않는다.
그녀는 뒷모습만으로도 내가 호감을 가질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초록색(조금도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초록색) 단발머리에, 큼지막한 방울이 달린 빨간 니트 모자를 눌러쓰고, 손에는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있다. 그녀의 뒷모습을 훑으며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왠지 모르게 외국인일 것이라 짐작했다. 나의 취향이 반영된 그녀의 뒷모습이 좋았다.
지하철 안에서 다시 바라본 그녀의 앞모습은 십 대 후반 혹은 이십 대 초반의 귀염성 있는 백인 여자였다. 역시나. 나의 모든 신경이 어서 빨리 저 문이 닫히기 전에 그녀에게 다가가 1. 어디 가냐 2. 이게 네가 타야 할 차다(혹은 아니다)라고 말을 건네야 한다는 책임감에 곤두서 있었는데, 영화처럼 그 순간, 문이 스르륵 닫혔다. 그녀의 하얀 얼굴이 허무하게 스쳐 지나간다. (나의 얼굴도 분명 맥 빠진 정지 상태였으리라)
도와줄 순 없었지만, 한국에서 부디 좋은 추억만 만들고 가기를(여행객이라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