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수학은 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수학의 정석'이란 책은 앞에서부터 10장만 시커멓고 나중엔 베개로 쓰다가 그마저도 높고 딱딱하단 이유로 어딘가 처박혔다. 그런데도 컬렉션 마냥 2권도 사주면서 트렌드를 따랐다. 수능 모의고사에선 하나하나 문제를 다 풀고서도, 남들은 그냥 찍어서 맞은 점수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곤 지금껏 사회생활을 하면서 '거봐, 수학 그깟 거 머리 쥐어짜며 공부했는데 어디 써먹는데도 없잖아, 못 해도 괜찮은 거였어' 하며 속으로 은근히 통쾌해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숫자가 나의 발목을 잡다니.
고등학교 졸업하고 10년, 지난 일주일간 회사에서 어카운팅 트레이닝을 받으며 숫자 울렁증에 밥도 안 넘어가고, 어딘가 퀭해 보인다는 동료들의 말과, 그 조그마한 어카운팅 룸에만 들어가면 왠지 감기 걸린 거 같은 피곤함에 지내고 있다. 확 늙은 느낌.
숫자에 밝은 사람들을 좋겠다... 쳇!
수에 밝지 못해서 인가. 사회생활 한지 7년이 다 돼가도록 모아놓은 돈 한 푼 없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