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잘 걷고 있다가 길에 패인 작은 구멍에 빠질 때 나는 멘토가 필요하다. 내게 지금 이 구멍이 얼마큼 크게 보이는지, 나는 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이 구멍에 빠졌는지 말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럼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실은 그 구멍이 문제가 아니라 너 자신이 문제였다며 내게 조언을 하고 마지막에 다독여 줄 사람이 필요하다.
“너는 예전에 비해 현재 잘 안 웃잖아.”
“너는 지금 남들이 뭘 해주길 바라고만 있잖아.”
그런 마음이 따끔따끔한 말들을 듣고 나는 잠시 삐지지만 결국 조금 반성하게 만드는 멘토가 필요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 한 시간을 걸으며 엄마가 있었다면 나의 멘토가 되어 줬을까, 엄마가 나의 롤모델이 되었을까 생각했다.
“엄마,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아빠처럼 내 속 안 썩이고 친구 같은 멘토가 되어 줬겠어?”
끝내 소리 내서 묻는다.
그러다가
1959년생 윤인숙 씨를 봤다. 우리 엄마보다 5살이 적다.
경상북도 문경시에서 버섯농사를 짓는다. 오이 농사는 더 크게 한다. 이 와중에 토마토도 기르고 옥수수, 고추, 참깨, 들깨, 감자, 고구마도 키운다.
이쯤 되면 이 시람은 대체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쉰다섯에 트럭 면허를 땄고, 오토바이 면허도 같이 땄고, 그 뒤에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순간 내 롤모델을 찾은 것 같았다.
그녀의 눈가와 입가에는 평생 웃어온 모양으로 주름이 파여있었다. 사진을 보니 정말 그렇다. 그리고 나도 꼭 저런 주름을 갖고 싶다 생각했다. 미간의 성난 주름 말고 훔치고 싶은 아름다운 주름.
인숙 씨는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면서도 쉰다섯에 트럭 면허를 땄는데 나는 아직 그 나이가 되기까지 17년이 남아있다. 나는 버스 면허를 딸 수 있을지도 모르고,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딸 수 있을 것이다.
엄마 같은 멘토를, 멘토 같은 엄마를 찾아 헤매다, 무기력한 내게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도전하라고 알려주는 것 같은 인숙 씨를 만났다. 문경시 산양면에 사시고 따님이 한 분 있다. 만나 보고 싶기도 하다.
좋은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슬아 작가님. (하편도 빨리,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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