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에서 미국 주식 사라고 40불을 줬는데 어제 57불이 되었다. 아 이거 빼서 난생처음 피부 관리나 해보자 하고 5만 9천 원짜리 레이저 토닝을 예약했다. 비가 쫄쫄 내리는 아침을 헤치고 병원에 도착하니 상담하는 언니가 니 기미는 5만 9천 원짜리로 빠질 게 아니다 라며 15만 2천 원짜리 시술을 권했다. 나는 눈 깜짝할 사이 결제를 하고 있었고, 아직 주식 판 게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과 눈 앞에서 10만 원을 잃었다는 복합적인 사실에 슬픔이 몰려왔다. 나야말로 물건 파는 일이 직업인 사람인데, 절대로 영업당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는데, 결국 나란 존재는 이렇게 연약했구나 더욱더 큰 슬픔에 잠겼다. (나 심지어 대학 때 마케팅 공부했다)
괜한 심술이나, 시술해주는 선생님께 콧대에 있는 주근깨는 그냥 놔둬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웃겼겠지? 좀 창피한데. (콧잔등에 자리 잡은 내 주근깨 좀 귀엽단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늦은 점심을 베맥(베란다 맥주)을 곁들여 마시고 보니 뭐, 그까이 것 다 괜찮다는 심정이 되어버리고 마네. 며칠이고 지속된 비의 날들을 견디고, 살짝 내비친 햇빛을 만끽하며, 시원한 맥주를 초록 초록한 나무들을 안주 삼아 마시니 내 안의 평화가 샘솟는 게 느껴진다.
아, 행복해.
오늘은 10만 원어치 행복을 산 날로.
그런데 레이저 해 준 원장님이 햇빛도 피하고 음주도 피하라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건 다 하지 말라네. 미안하다 피부야, 주인 잘 못 만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