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시간 누굴 우직하게 좋아하는 걸 잘 못하는데, 그 와중에 유일하게 20대 때부터 꾸준히 애정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히데(hide)다.
2018년, 히데 추모 20주년 기념으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hurry go round’가 있는데 잘 구할 수가 없어 남편에게 보고 싶다고 슬쩍 지나가면서 이야기했었다. 어제 퇴근하고 오니 노트북 위에 떡하니 영화 오프닝 신을 띄워놓곤 칭찬을 구걸하고 있었다. 캔맥주도 냉장고 가득 채워놓고.
명동 ZARA에서 일할 때 밥을 주로 혼자 먹었다. 매일 이곳저곳 밥 먹을 곳을 기웃거리며 다녔는데 어느 날 만게츠(満月, 보름달)란 이름의 이자카야를 발견했다. 점심메뉴를 내놓고 있었다. 카츠동(돈가스 덮밥)이 있고, 쇼가야키(돼지고기 생강구이) 정식도 있고. 우리나라에 쇼가야키가 있는 곳을 그때 처음 봤다(한국에 이자카야나 일식요리가 대유행 하기 전임). 테이블에 앉을 때부터 딱 그런 느낌이 오는 거다. 와 나 여기 앞으로 자주 오겠다. 그리고 아무한테도 안 알려줘야지. 숨겨진 보물을 찾은 거 같고 나만 알고 싶고, 그런 거.
나 밖에 없는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며 밥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도 빠른 비트의 J POP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그때,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히데의 Misery를 들은 거다. 그러니까 히데였고, 미저리였다니까!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와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이 곡은 뭐지? 했다니까.
심지어 음식 맛이 너무나 평범했다. 이거다!!! 했다. 너무 맛있지도 않고 다신 안 먹겠다 할 정도로 맛없지도 않고, 딱 중간! 중간이었다. 근데 그게 그 가게랑 또 너무 잘 어울리는 거지. 사람이 별로 오지 않는 것도 너무 좋고. 앞으로도 안 올 것 같아서 좋고.
그곳을 (몰래) 자주 들락거리며 점심으로 나오는 메뉴를 하나씩 격파해 갔다. 앞으로도 자주 갈 테야 했는데 매니저는 내 점심시간을 자꾸 3시에 넣어줬다. 3시부터 5시는 잠시 문을 닫는다는 걸 알게 됐거든. 와 세련됐어,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니.
여전히 아직도 나는, 미저리를 들을 때마다 만게츠가 떠오르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혼자 카츠동을 파먹던 나를 추억한다.
(만게츠 그리워서 찾아보니 아직도 있다. 옛날 느낌 안 나면 슬퍼질까 봐 못 가겠네.)
영화 본 기념, 오늘은 히데의 노래를 들으며 출퇴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