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일어난 일

by 피츠로이 Fitzroy

2002년에는 홍익대학교에 입학했다. 수능을 너무 못 봐서 광고홍보학부에 못 갈 줄 알았는데 나보다 못 본 사람도 많았던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서울대라도 붙은 것 마냥 자랑을 하고 다녔다.

2002년 6월에는 한일 월드컵이 열렸다. 아빠는 출전 선수들의 싸인이 담긴 축구공을 비싼 돈을 주고 사와, 거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모셔)두었다. 경기가 있는 날마다 소름이 돋았다. 나는 히딩크와 박지성이 천재처럼 보였다.

2002년 7월에는 MBC에서 하는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 제목은 ‘네 멋대로 해라’, 양동근과 이나영이 주연이었다. 하나같이 연기에 노련한 등장인물들은 나를 자꾸 울렸고, 나는 죽을 때까지 이 드라마를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말하고 다니기로 결심했다.

6월(월드컵)의 함성과 7월(드라마)의 감동이 있었기에 나는 덜 슬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02년 5월 18일엔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1954년 6월 12일에 태어났다.
내 남편 유야는 1985년 6월 12일 생이다. 엄마가 태어나고 정확히 31년 후, 같은 날 유야가 태어났다.
지난 달인가 나를 유난히 잘 챙기던 유야에게 오늘 왠지 유야가 좀 엄마 같네?, 하고 말해봤지만 그는 아무 감흥이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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