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궁금한데 좋은 사람 #3 최윤미
안 궁금한데 좋은 사람 #3 최윤미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2020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대까지 떨어졌다.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로 역사 속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아이는 언젠가부터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선택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아이를 갖기 위한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 유명하다는 난임 병원에 유능하다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두 시간쯤은 기본으로 기다리는 사람이다. 인공수정부터 시험관을 거치며 실패를 밥 먹듯 하지만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다음을 도전하는 이들. 내 눈엔 이들이 애국자처럼 보인다. 진부해서 인정하기 싫지만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을 결국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스스로 자신의 배에 주사기를 꽂으며 몸을 쓰고 시간을 들여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는 여자들. 오직 사랑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그를 만났다.
에이미: 맨 처음 임신인 것을 확인했을 때와 내 뱃속에서 나온 아기의 모습을 맨 처음 봤을 때, 어느 쪽이 더 기쁘고 감동적 이을까요?
최윤미: 아이가 태어났을 때가 훨씬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아니, 감동적이기보단 제 경우엔 슬픈 감정이 컸죠. 진통을 36시간 하고 자연분만으로 낳았는데 아기가 태변을 먹어서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어요. 아기 낳기 전에는 인큐베이터 들어가는 아기, 태변 먹는 아기, 이야기 많이 들어서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경험하니 미칠 노릇이더라고요. 아기 낳고 삼 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인큐베이터를 통해 봤고 온몸에 호스를 달고 있는데 눈물이 줄줄 났어요. 엄마 아빠한테 한 번 안겨보지도 못하고 고생하고 있으니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 같고. 태변이 폐로 들어간 거라 분비물을 다 빼내느라 열흘 있었어요. 열흘간 마음고생 많이 했죠.
에이미: 너무나 원하는 아기였다고 해서 항상 예쁜 것만은 아니죠? 아기는 이제 몇 개월이 되었나요? 요즘 하는 행동 중에 가장 예쁜 것과 미운 게 있다면 각각 어떤 걸까요?
최윤미: 지금 9개월 되었고요. 대답하기 민망하지만 항상 이뻐요(웃음). 제일 예쁠 때는 윙크할 땐데 제가 열심히 가르쳤어요. 요새 사진 찍어 주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래서 며칠 전엔 핸드폰 저장공간을 늘렸습니다. 또 좋은 건, 저만 보면 활짝 웃어주는 거예요. 자기 전에도 일어나서도 눈만 마주쳐도 꺄르륵 웃는데, 엄마라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웃어 주다니 매일 감동해요.
요새 갑자기 전선에 관심이 생겨서 제가 몇 번 안돼, 하고 말했더니 그렇게 제 눈치를 봐요. 그런 게 귀여워요. 내 자식이라 이쁜 것만 보이나 봐 어떡해(웃음).
에이미: 임신 기간 열 달을 뱃속에 품고 있잖아요. 열 달 동안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하셨어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최윤미: 임신 초기 정말 힘들었어요. 시험관을 했기 때문에 임신을 잘 유지하려면 아침저녁으로 매일 약을 먹어야 했어요. 11주까지 먹었죠. 그 약이 잘은 모르지만 호르몬제 같은 건지 우울증이 확 오더라고요. 죽고 싶다, 왜 임신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니까요, 심각했죠. 남들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타이레놀에도 알레르기가 있는데 약은 정말 저랑 잘 안 맞아요.
다행히 약을 끊고 난 다음부터는 마음도 회복되고 컨디션이 돌아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몸을 만들었어요. 요가도 열심히 했죠.
제가 원래 활동적인 사람인데 많이 움직이지 못하니까 괴롭더라고요. 그때 다행히 운 좋겠도 정부지원 사업에 제 아이디어가 선정이 됐어요. 그렇게 스타트업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평소에도 꽃을 좋아했었는데 꽃을 실제로 배워보니까 너무 매력 있더라고요. 제가 마케팅이랑 빅데이터 이런 거 공부했으니까 이런 경험 바탕으로 꽃집 플랫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있었거든요. 일을 시작하면서 좀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어서 임신 기간을 훨씬 수월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에이미: 요즘은 정말 다양한 태교를 하더라고요.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도 있을까요?
최윤미: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제 경우에는 몸이 쑤시고 잘 뭉치더라고요. 그래서 뭉친 거 풀어주느라 요가랑 근육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태교로는 일을 열심히 했어요.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내가 기분이 좋은 게 아이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했어요. 꽃집 영업하면서도 너무 즐거웠고요.
아, 여기서 갑자기 제 광고해도 되나. 제가 현재 ‘위플라워’라는 꽃집 플랫폼 사업을 오픈했어요. 네이버에서 위플라워 검색하시면 실력 있는 꽃집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다양한 꽃 디자인과 가격, 객관적인 후기까지 다 나온답니다. 조리원에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니 많이 찾아주세요(웃음).
에이미: 저는 매일을 실패하며 살아요. 실패가 주는 교훈이 크다는 말은 여러 곳에서 보고 듣지만, 실패 뒤에 따라오는 좌절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나 하나잖아요. 실패를 여쭤보기 잔인하지만 아이를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으셨나요? 그럴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최윤미: 실패했다는 표현보다는 시도했는데 잘 안 됐다 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실패는 뭔가 슬픕니다.
나이가 많으니까 그때가 서른여섯이었나 봐요, 선생님이 처음부터 시험관 진행을 권유했고, 난자를 추출하기 위해 네 달 동안 약을 먹었어요. 고생 끝에 난자를 26개 추출했는데 괜찮은 난자는 4개밖에 없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시험관 시술을 받았고, 첫 번째는 실패했고 두 번째에 임신이 된 거죠.
첫 번째 실패했을 때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움직이는 게 좋다고 해서 시술 후 몸을 많이 썼는데 그게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안 되면 어떡하나 너무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정말 많은 시도를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는 덜 고생한 편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아기를 간절히 바랬었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나의 욕심인 건가, 온갖 의구심, 원망 등이 마구 쌓였죠.
두 번째 시술을 하고서는 거의 안 움직였던 것 같아요. 남편이 일주일간 회사 휴가 내서 집안일을 다 해줬어요.
에이미: 실패할 때마다 ‘끝’이 아닌 ‘다음’을 마음먹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영화에서처럼 소매로 스윽 눈물 훔쳐내고 쿨하게 그래서 다음은? 하고 묻는 거 있잖아요. 그게 너무 멋있어요. 나는 절대 안 되는. 저는 한 이틀 울어야 할 거 같거든요. 대체 니가 문제냐 내가 문제냐 하며 우리가 뭐가 모자라서 이 지경이 됐냐 남편 앞에 앉혀 놓고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릴 거 같아요.
최윤미: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의 진행 과정이 무척 고단하다고 알고 있었어요. 돈, 시간, 노력이 드는 건 기본이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몸이 더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마음이 더 힘들었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 아는 분이 정말 별거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걱정 안 해도 된다고요. 그 말 하나 믿고 가벼운 마음으로 했어요. 큰 고민 없이. 그때까진 과배란 약이나 착상 주사 같은 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몸과 정신이 힘들어질 줄 몰랐죠.
남편이 옆에서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우리끼리도 재미있게 살 수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자, 라는 말을 자주 해줬어요. 서로 이야기 많이 나눴고, 제가 배에 주사 놓고 있으면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제스처도 보이고, 그래서 버텼던 것 같아요.
‘다음’을 마음먹게 되는 가장 큰 부분은 남편이었던 것 같고, 또 다행히도 몸이 ‘다음’을 받아들여줘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에이미: 저는 의사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껴요. 진찰실 안에만 들어가면 세상 착한 아이가 되어 버리거든요. 잘 못 보이면 안 좋은 약 줄 것 같고(웃음). 궁금한 것도 잘 못 물어보고 내 의견 같은 건 조금도 피력하지 못해요. 하느님 같은 존재랄까. 나의 모든 것을 들었다 놨다 하잖아요. 의사와의 에피소드는 없을까요? 좋았던 경험이나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고.
최윤미: 저도 눈치 봐요, 왜 안 그러겠어요. 그런데 시험관 시술하는 동안은 의사 복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시험관에 성공한 친구가 좋은 선생님을 소개해 줬어요. 연세 더블유 산부인과 서초점의 양효인 원장님인데요, 꼭 이렇게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너무 자상하시고, 공감 잘해 주시고, 얘기 다 들어주시고, 언제나 차분하게 설명해주세요. 호르몬 약 때문에 힘들어하고 남들보다 몸이 약해 유난히 링거도 많이 맞은 저에게 천사 같은 분이었습니다. 소심해지지 않고 원하는 거 다 말할 수 있었어요. 두고두고 감사해요. 차가운 병원이 힘드시다면 양효인 원장님을 적극 추천합니다, 주말에도 진료 보세요. 도대체 언제 쉬시는지......
에이미: 버티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힘든 시간이지만 분명 순기능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윤미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인가요?
최윤미: 상황에 따라 인내심의 한계는 다른 편인 것 같아요. 부모님 잔소리는 3년까지는 참을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한 번에 터트리기는 하지만. 그럴 땐 인내심이 좋은데, 20대 때 직장 내에서의 인내심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저는 인내심보다는 지구력이 강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꾸준히 하는 건 의외로 잘해요. 지구력 덕분에 육아와 일을 지금까지도 같이 잘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에이미: 불임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임신은 안 되는 게 아니고 단지 어려운 거라고 난임 전문의사가 유튜브에서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말이 참 멋지다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와 나 또 안됐네, 가 아니라 어려운 거니까 쉽게 되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하면 (나쁜)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아요. 난임으로 마음고생하는 예비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최윤미: 와 너무 조심스러워요. 함부로 말 못 하겠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드럽게 힘들거든요(웃음). 사람마다 힘듦의 강도가 다르고 느끼는 게 달라서 딱 위로가 되는 말을 뽑아낼 수가 없어요. 저도 주변에서 하는 ‘힘내라’, ‘이해한다’ 이런 말이 전혀 도움이 안 됐거든요. 정말 이해할까 싶고요. 그때 그나마 도움이 됐던 게 같이 시험관 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이었어요. 같은 고통을 공유하니까 유대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 모임을 찾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에이미: 저는 엄마랑 못 해 본 걸 하고 싶어서, 그래서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안아 줬으면 좋겠고, 내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그걸 안 해줘서 내가 내 아이를 만들어 그렇게 해주고 싶은 거예요. 이게 대리 만족인지 일종의 복수 같은 건지 아니면 자기 연민에 빠진 건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이유로 자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윤미는 어떤 이유로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나요?
최윤미: 이상하게 결혼 전에 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이 사람 닮은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이 유럽 사람인데 주변에서 잘 생겼다고 하니까 이 남자 닮은 아기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제가 잘 생긴 사람을 좋아합니다(웃음).
또 한몫 한 건 부모의 압박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계속 정말 계-속 같은 말을 들었어요. 나이도 많은데 얼른 아기 가지라고. 어려서부터 아빠 몸이 안 좋았기 때문에 저는 집에서 효녀여야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어요. 장녀이기도 하고요. 뭔지 모를 책임감이 있어요. 빨리 아기 갖는 게 효도하는 건가 싶었어요. 어떡하지, 너무 현실적인 답변이라 실망스러우실 것 같은데....
에이미: 앞으로 아이가 성장해 나가면서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텐데 있어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요? 어떤 시간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을까요?
최윤미: 아이가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현명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 보려고요.
에이미: 현명한 조언을 해주는 부모라는 말에서 지금 딱 떠오르는 영화가 있는데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아빠가 아들에게 해주는 멋진 말이 있거든요.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부모는 따로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 너무 멋있었는데요. 지금은 너무 어려서 알 수 없겠지만, 나중에 나중에 아기가 커서 이 인터뷰를 봤을 때 엄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구나 알 수 있게 짧은 메시지 한 번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최윤미: 아, 이런 거 하면 눈물 나는데.
아기야, 너의 옆에는 항상 우리가 있어. 아빠랑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너를 보살피고 있단다. 우리가 실수하고 짜증내고해도 이해해 주길 바라.
엄마가 체력이 약해서 네가 만족할 만큼 신나게 못 놀아주는 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
네가 크면서 젊은 엄마가 아니어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젊은 마인드로 살 수 있게 노력할게(웃음). 내가 모르는 거 있으면 네가 많이 가르쳐줘.
와 오늘 인터뷰하면서 몇 번을 우는 건지....
발버둥 쳐 본 사람이 아니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노력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정말로 열심히 행복해지려고 하는 그들의 의지를 느낀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뭐라도 해 보려고 멈추지 않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강영숙의 소설 ‘라이팅 클럽’에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너는 오후 3시에 태어났어. 오후 3시는 누구나 후줄근해지는 시간이지.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셔. 그리고 ‘난 지금 막 세상에 태어난 신삥이다.’ 생각하며 살아. 뭘 하든 우울해하지 말고. 너는 오후 3시에 태어났어.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널 낳았으니까. 하루에 한 번씩 그걸 생각해야 한다.
사랑한다는 말 같은 건 어디에도 없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열렬한 사랑과 응원이 느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