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대처법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워져도 잠깐 나갔던 친구가 돌아왔구나 하고 외로움과 잘 지내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나는 외로워도 아버지는 안 외로웠으면 좋겠고, 나는 외로워도 동생은 안 외로웠으면 좋겠다. 나의 외로움과는 어떻게든 지지고 볶아서 쫓아내든, 잘 지내보든, 잡아 먹히든 대치가 가능한데 남에게 있는 외로움은 어떻게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위로를 해줘야 할지, 웃겨줘야 할지 쭈뼛쭈뼛하고 만다.
언젠가부터 기쁜 일이 생기거나 슬픈 일이 생기면 가족이 생각나지 않게 되었다. 첫 직장의 회식 자리에서 일어난 성희롱의 당황스러움, 기대했던 연봉협상이 끝나고 서글퍼진 마음에 제일 먼저 전화를 걸었던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오늘 이직 관련한 계약을 마치고 기쁜 마음에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핸드폰 수신란에 아버지의 번호를 입력해 놓고 난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시작은 어떻게 하고 끝은 어떻게 맺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무소식은 희소식이다, 밤에 오는 전화는 불길한 것 밖에 없다,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나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지만, 오늘 밤 울리는 아버지로부터의 전화는 벨소리부터가 외로웠다.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버지는 외로웠던 게다. 술을 마셨고, 집에는 사람 기척이 없고, 갑자기 딸 생각이 났고, 술기운을 빌려 전화를 했겠지. 그리고 내가 받지 않자 동생에게도 걸었겠지.
최근에 청바지를 하나 샀는데 사이즈가 안 맞는 다고, "맞으면 너 입어"라고 하고 끊으면 동생도 알잖아. 아버지가 이상한 거. 평소 같지 않은 거. 그래서 결국 나한테 전화하잖아. 아무렇지 않게 딴 얘기로 시작해서 결국은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었노라고.
나는 외로워지면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글 쓰기에 너무 진지해진 나머지 결국 왜 외로웠나 근본적인 이유를 잊게 된다. 아버지는 외로우면 뭘 하실까. 나보다 30년 이상 더 많이 사셨으니 나보다 30년 이상 외로움과 더 많이 만났을 테고, 외로움의 대처법에 대해 더 많은 지혜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늦은 밤까지 잠 못 자고, 남의 외로움도 나의 외로움인 냥 착한 척, 슬픈 척 안 해도 될 것이다.
어릴 적, 술을 많이 먹고 오면 꼭 자고 있는 내 방에 들어와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뽀뽀를 해달라 했다. 마른 손바닥으로 머리를 쓸어 올려주던 느낌이 싫었는데 지금은 조금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