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이어폰에서 탈출

by 피츠로이 Fitzroy


오늘의 행복 7/365


나는 귓구멍이 엄청 작다.

남편이 가끔 귀 파주면서 구멍이 작아 너무 힘들다고 구시렁거리는데 사실 귀 파달라고 한 적이 없다.

우리 집 고양이의 귀 청소는 늘 내 담당이다. 내가 도망가는 난코츠의 귀를 붙잡고 “아이고, 이거 봐, 파야지 엄청 더럽잖아.” 하며 달래면 남편이 한쪽 구석에서 말한다.

“음, 네가 더 더러울지도 몰라.”


아무튼.

내가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을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 이유는, 귓구멍이 작아 잘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뛸 때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니까 차라리 유선이 마음 편했다. 아직도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은 아무래도 나뿐인 듯 보였다.


오늘 뜸금없이 남편이 내게 건넨 선물은 뜻밖에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신문물을 영접했다. 스포츠형인데 이어폰에 고리가 달려 있어서 귀에 끼우는 형식이었다. 양쪽이 짧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목에 걸 수도 있었다.

유명한 브랜드도 아니고 성능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고마웠다. 그냥 그럴 때 있지 않나. 별 것도 아닌데 마음이 찡하고 좋은 거.

남편이 자기 돈으로 내게 뭘 선물할 기회가 별로 없기에(돈 버는 건 내 담당) 나는 더욱더 신이 난 것처럼 말해줬다. 우리 남편이 최고라고, 이런 것도 선물해 주고 너무 멋있다고.

별 것 아닌 것에 기뻐하는 내가 행복해 보여서 그 행복을 얼른 주워왔다.


#1일1행복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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