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대해 말해요

by 피츠로이 Fitzroy


오늘의 행복 6/365



지난 겨울부터 ‘겨울의 몸’이 심하게 달라졌다.

안 맞는 한약을 먹은 탓이라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는데 피부과 선생님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나이가 먹고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작년 겨울의 몸은 나를 심히 우울하게 만들었다. 가뭄 든 땅이 갈라지듯 쩍쩍 말라 갔고, 매일 간지러움에 발버둥 치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화장실 가기’에서 ‘화장실 가서 긁기’가 되었다. 퍼뜩 의식이 돌아오면 나는 장소와 상관없이 몸의 어딘가를 늘 긁고 있었고,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아, 피부 위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슬펐고, 억울했다. 나는 하얗고 얇은 피부를 가졌었고(안 믿겠지만 엄마가 어렸을 때 너무 하얘서 안에 핏줄이 다 비쳤다 했을 정도), 사람들은 피부가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냐 말했었다(나의 필살기라 생각했다).

겨울의 흔적은 여름까지 남아 여름에 반팔을 입으면서 드러난 팔이 유독 신경 쓰였다. 조금씩 팔이 싫어졌다. 두툴거리고 울긋불긋하고 또 허옇게 일어나서 속으로 울었다. 팔에서 다리로 다리에서 등으로 등에서 엉덩이로 옮겨가며 몸이 싫어졌다. 몸이란 결국 이렇게 망가지고 늙어 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올 겨울, 찬바람이 불자 어김없이 내 몸은 수분이란 수분을 모두 증발시킨 듯했다. 불을 붙이면 화르르 탈 것 같았다. 이번엔 괜찮지 않을까 기대했던 마음을 얼른 접고 그냥 내 몸을 포기하는 편이 빠르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을 봤다.

나는 몸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몸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여기 모여 있었다. 몸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몸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있을 몸을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지킬 것인가. 몸의 과거에만 집착하지 말고 앞으로의 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나는 다른 곳에 비해 하체가 튼튼하다. 내가 잠깐 몸에 관심을 기울였던 어느 때, 튼실한 허벅지를 보며 나의 모든 에너지가 이 허벅지에서 나온다 믿었다. 허투루 볼 허벅지가 아니라고. 힘들 때 힘이 나오는 곳이라고.

아직도 그렇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뭘 해야 하나. 이 글 다 쓰고 뛰러 나갈 것이다. 팔십에도 힘이 솟을 허벅지를 만들러. 내일은 뭘 할까. 병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겠다. 선생님이 약 잘 챙겨 먹으면 몸에서 물이 난다 해도 믿겠다. 물론 선생님은 그런 말 안 하겠지만.



책 <말하는 몸>

#1일1행복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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