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엄마한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덜렁거리지 말라,였고 아빠한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조심성이 없다,였다.
스무 살 중반에 만났던 남자 친구와 집에서 짜파게티를 끓여 먹던 날이 생각난다. 남자 친구가 짜파게티 다 됐다, 하고 나를 불렀고, 나는 복층이었던 그 집 이층에서 일층으로 (너무 신나게) 서둘러 내려오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앞구르기를 한 번 했다. 심하게 아프고 서러워 눈물이 찔금 찔끔 났고 이거 어디 하나 부러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남자 친구에게 덜렁이로 보이고 싶지 않아 꾹 참고 식탁에 앉았다. 너무 아프면 갑자기 추워지는 거 아는가. 짜파게티는 먹어야 하는데 몸이 심히 떨리고 이빨이 딱딱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마흔 살이 된 지 5일 된 나를 보자. 청소기 돌린다는 남편 말에 그럼 나는 침대 올라가 앉아 있을게 하며 (너무 신나게) 서둘러 침대로 뛰어가다가 침대 프레임에 정강이를 그대로 박았다. 고통이, 아픔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오면서 정신이 혼미해졌고 나는 정강이를 앉고 쓰러졌다. 남편이 괜찮아? 말만 하고 말길래 시간을 끌며 아주 천천히 일어나 “이거 부러졌는데, 아님 금 갔거나.” 하고 말했다. 이어서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오한이 들었다. 이거 봐 이거 봐 나 아픈 거 맞네, 추운 거 보니 진짜 맞는데.
남편은 내게 너 진짜 조심성 없네,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위로도 물론 없지만.
신나게 뛰어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적이 있다. 재밌겠다 생각했다. 나도 잘 뛸 수 있는데. 어른은 뛰지 않는다. 신난다고 뛰어다니는 어른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을 테니까.
엄마 아빠가 그렇게 잔소리 안 해도 나는 덜렁거리지 않고, 조심성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다. 어른이 되면 누구다 다 그렇게 되니까.
가끔 이렇게 덤벙대다가, 신나는 일에 들떠 서둘러 뛰어든 내 모습이 반갑고 좋다. 물론 통증을 견뎌야 한다는 변수가 있지만. 오늘 (통증이 있는) 행복을 만났다.
#1일1행복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