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부터 (야메) 베지테리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데, 굳이 나까지 안 먹어도 되겠다 싶어 시작했다.
야메 베지테리언이라 붙인 것은 어쩔 수 없이 먹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조금씩 먹다 보니 어떤 땐 맛있어서 스스로 찾기도 했다. 그럼 의식을 가지고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한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기를 안 먹는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1. 직장 동료 눈치, 친구 눈치, 남편 눈치를 봤다. 나 때문에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게 힘들어질까 봐 미안했다. 너 그럼 사회생활하기 힘들어진다, 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남편은 고기를 정말 좋아하는 데 나 때문에 항상 두 가지 종류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남편=밥 담당).
2. 까다롭게 군다고 미움받을까 봐 두려웠다. 어려서부터 편식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베지테리언은 과연 편식인가 혼란스러웠다.
올해는 고기를 안 먹겠다고 망설임 없이 말해 보겠다. 사람들은 나와 뭘 먹어야 하나 머리가 아프겠지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 리스트를 내가 미리 좀 준비해 가겠다.
남편에겐 어쩔 수가 없다, 미안하다. 집안일을 더 돕거나 내가 외박하면 늘 혼자 스테이크를 해 먹으니 (비싼) 스테이크 비용을 대겠다.
까다롭게 군다고 하면 받아들이겠다. 까다롭지만 타협하기는 싫다고. 어른 될 때까지 편식하지 않고 잘 먹었으니 이제 내가 먹을 건 내가 선택하겠다고.
나 하나 이런다고 쉽게 안 바뀌는 거 알지만, 그래도 응원해 준다고 하거나 나도 좀 줄여 볼게,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안아주겠다.
작년 야메 베지테리언으로써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고기는 강강술래의 소갈비였다. 분명 좋아하는 친구랑 먹어서 맛있었던 거라고 변명을 해 본다.
올해는 당당하게 말할 거니까 작년보다 고기를 덜 먹겠지.
오늘은 이 용기가 나의 작은 행복이다.
#1일1행복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