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 없지만

by 피츠로이 Fitzroy

오늘의행복 17/365

나를 딸처럼 여겨주는 ‘엄마 같은 분’이 가끔씩 어디선가 나타난다. 엄마가 있었다면 요런 재미가 있었겠구나를 알게 해주는 사람은 우리 매장에 자주 왔던 고객이다. 4년간 독일 키친 웨어 매장에서 점장으로 일했는데 그때 처음 만났고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고 또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후에 갑자기 우리 집 앞에서 차로 납치 당해 식료품을 사러 슈퍼에 가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쇼핑몰에 가는 코스로 시간을 보냈다. 4시간 넘게 수다가 끊어지지 않았다. 가끔 그의 웃는 얼굴에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함께 겹쳐 본다. 엄마랑 진짜 닮지 않았냐고 고집스럽게 속으로 묻는다. (그럴 리 없다) 카트를 밀고, 쇼핑 봉투를 들고, 대신 포인트 카드를 긁어주며 간접 딸 체험을 했다.

나는 올해 마흔이 되었고 엄마는 마흔아홉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랑 같은 40대가 된 것은 굉장히 이상한 기분인데, 슬픈 것도 있지만 비로소 엄마가 나를 친구로 인정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기쁘다.


#1일1행복챌린지



매거진의 이전글봄기운 못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