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정도 있습니다.
1. 점심시간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출근하는 시간부터 뭘 먹을지 고민 고민, 어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는 자신감을 발휘, 아보카도가 듬뿍 올라간 피자를 혼자 호기롭게 먹었다. '피자 헛' 이후 조금 무모한 도전이었나 싶었지만 여유롭고 좋았다. 이제 삼겹살 구워 먹으러 혼자 가보기만 하면 된다. 혼자 밥 먹기 의외로 어렵지 않다!
2. 나의 아지트, '크라제 버거' 가는 시간
명동의 '빈스빈스' 옆 크라제 버거는 내 단골가게. 일이 일찍 끝나는 날에는 항상 가게에 들러 버거 또는 샌드위치랑, 무료로 딸려 오는 음료, 바싹하게 튀겨진 감자를 기다리는 행복에 사로잡힌다. 잡지를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있다가 마감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슬슬 기어나갈 준비를 한다. 직원들이 이제 내 얼굴을 기억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3. 출퇴근 시간 지하철 타는 시간
물론! 지인들과 수다 떨며 가는 지하철도 매우 좋아하지만, 책 읽으며 15분 딱 갇혀있는 지하철 또한 매력적. 슬슬 종착역이 다가오는데 내용이 점점 흥미진진해지면 역 확인하느라, 책 쫓아가느라, 슬며시 손에 땀이 밴다. 지하철에 혼자 있는 시간이면 머릿속으로 달려오는 어마어마한 상념들 때문에 달리는 창 밖으로 뛰어내릴까 봐 걱정이 돼서(물론 지하철은 그게 안되지만) 독서를 시작했는데, 이젠 지하철에서 읽을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4. 혼자 쇼핑하는 시간
나는 똑 부러지게 나의 의견을 잘 이야기하는 편인데, 그게 취향 부분에선 살짝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러니까 쇼핑을 하다가 내가 괜찮아도 남이 별로다 하면 못 산다든지, 난 별로인데 남이 너무 좋다 그러면 얼떨결에 구매하는 그런 것.
음 그건 반대로도 작용하는데 친구랑 쇼핑 가서 친구가 이거 괜찮아?라고 물으면 한 번도 “아니, 솔직히 그건 별로야.”라고 얘기해 본 적이 없다. 항상 "으응 괜찮은데."라고 말하게 된다. (나란 사람 솔직하지 못한 사람)
취향 이란 게 누구도 옳다 그르다 딱 잘라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거기에서 부딪히는 것 같다.
‘이 친구가 분명 이게 너무 맘에 들어서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걸 텐데 내가 별로인 거 같다고 하면 상처 받지 않을까......’
‘난 이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데 실은 이것이야말로 이 친구가 꿈에 그리던 완벽한 아이템이 아닐까......’
그래서 난 혼자 쇼핑한다. 판단도 내 몫. 후회도 만족도 내 몫. 남들의 평가도 내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