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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츠로이 Fitzroy Feb 26. 2022

시엄마의 눈물

[오늘의 행복 일본 편] 서른세 번째 날


시엄마의 눈물을 본 게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며칠 전 유우야의 여동생과 말다툼하고 나서였고, 두 번째는 오늘 아침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쓸쓸해서 어떡하냐고 눈물을 훔치시는데 안아 드릴 걸 지금은 좀 후회한다. 엄마라는 존재가 없은지 너무 오래됐고, 중학생 때인가 엄마가 앞에서 펑펑 울 때도 나는 손도 잡아 주지 못했다.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상대방의 슬픈 감정에 맞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툰 것이 나는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

한국 집에 도착해 설핏 잠이 들었고 희미하게 유우야와 시엄마가 스피커 폰으로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시엄마가 寂しい(허전해)라고 한 한 문장이 다른 말보다 엄청 또렷하게 들려서 괜히 나까지 적적해졌다.

2층 집에서 열심히 사부작 거리던 우리 부부의 자리는 며칠은 크게 느껴지실 테지.

사람들의 외로워하는 감정을 똑바로 보지 못하겠다. 삐딱하게라도 봐서 익숙해지면 좋겠다.

남 생각하는 거 1등인 내가 시부모님과 한 달 살기에 성공했다는 것엔 큰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머리 쓰담 볼 꼬집). 비록 몸과 정신이 탈탈 털렸지만 3년 반치의 효도를 한 것이라 생각하자. 분명 이 한 달은 오래오래 생각이 나겠지. 나중엔 좋은 것만 생각날 테고.

시엄마랑 나


#1일1행복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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