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아무 날도 아니다.
그저 똑같이 출근하는 날 일 뿐이다.
똑같은 곳에서 버스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뚫고 내 직장으로 총총히 걸어가는 길이다.
예전과 다른 거라면 버스 안에서 아버지한테 문자를 보냈다는 것. 연락 자주 못 드려 죄송하다고.
또 하나 다른 거라면 삼 일이 넘도록 평소엔 세 시간마다 연락하던 사람과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냥 그럴 뿐이다. 순간 회사에 가지 않을 핑계가 없을까 궁리했다. 서럽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해야 하지 벌써 생각하고 있는 내가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의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식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참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내가 참 하찮다고 생각했다.
그런 날도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