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담백했던 첫날
막 자정을 넘겨 공식적으로 2011년 1월 1일이 되는 그 시간을 편의점 앞에서 어영부영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일부러 화장도 지우지 않고 기다렸다는 수정이가 반겼다.
집에서 가장 큰 양푼에 팝콘을 튀겨 수정이가 양손 가득 들고 왔고 우리는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늦은 새벽까지 우리의 시시콜콜한 사는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수정이는 떡국을 해달라며 졸랐다. 마트에서 재료를 사다가 오는 길에 모닝커피 한 잔. 2011년은 이 아메리카노처럼 쓰지만 담백한 느낌일까.
떡국을 먹었으니 우리 정말 29살 된 거야 라며 자랑하듯 말하고 나는 새해 첫날 먹는 떡국을 참 좋아한다는 걸 다시 알았다. 어렸을 때 떡국 10그릇 먹을 테니 10살 더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추억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추위를 가르고 나선 곳이 한강. 뚝섬 유원지. 새해, 물을 보며 뭔가 다짐을 하자는 수정이의 아이디어였다. 그 뚝섬 유원지가 내가 지난여름, 댄과 갔던 수영장이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물가는 춥고 추워 우린 뜨거운 것을 찾아 편의점 앞에서 동동 거렸는데 볼이 빨갛게 터지는 것도 모르고 뛰어노는 꼬맹이들을 보니, 발이 시려 엄지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내가 창피해졌다.
좋다.
해가 바뀌는 게 좋고,
나이 먹는 게 좋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도 좋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