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것은 어떻게든 떠나게 되어 있었다
나는 새 것도 헌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가졌다. 어찌나 물건을 험하게 다루는지 새 물건도, 헌 물건도 늘 새 것처럼 쓰던 그 사람은 언제나 내 뒤치다꺼리하기 바빴다. 게다가 또 어찌나 잘 잃어버리는지 타고난 조심스럽지 못함에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비싼 물건 같은 건 역시나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건가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던 적도 많았다.
그 사람이랑 헤어지면서, 그것 만큼은 왠지 내게 있으면 우리를 이어주는 마지막 끈이 될까 싶어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 사람 집에서 들고 나왔다. 비싼 액세서리는 평소에 하지 않지만 이것만큼은 항상, 매일, 언제나 나와 함께 손에 끼워두고 싶었다.
역시 내 것이 아닌걸 탐한 벌일까, 아니면 떠나가는 사람에게서 내가 너무 큰 의미부여를 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나의 부주의 탓이겠지만. 손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잠시 빼서 옆에 두고는 그냥 나와버린 것이다. 다시 생각나서 찾아 들어간 것은 서 너 시간 뒤. 물론 그 자리에 있을 리가 없었다. 남들 다 찾는 아이폰처럼 전화를 걸어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슨 정신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폐허 상태에 빠져 이 사건을 "손 씻을 땐 반지를 빼고 씻어야지"라고 나에게 가르쳐 준 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당장 쫓아가 너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냐고 꾸짖고 싶었다. 내가 그런 짓이라고 하고 싶지가 않았다. 값어치 보다도 그걸 가져오며 몇 번이나 마음을 쓸어야 했던 나 자신에게 미안해서.
며칠을 화장실에서 기웃거렸지만 그저 미친놈 같아 보여 그냥 놓아주었다. 사람도 물건도 잘 놓아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