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 일이 이렇게 되어 미안한다고 했다. 동생은 진심으로 괜찮은 것처럼 흔쾌히 괜찮아한다.
어렸을 적, 동생과 싸우면서'미안해' 이 한마디를 들으려고 어찌나 애썼는지 모른다. 니 놈이 이렇게 큰 죄를 지었다 깨닫게 하려고 고래고래 소리도 치고 상처가 되는 말들만 골라하기도 했다. 그게 잘 안 먹히면 작전을 바꿔 되지 않는 말솜씨에도 감동받게 하려고 슬픈 눈을 하고 슬픈 말들을 늘어놓기도 했다. 내 신세한탄도 빼놓지 않고......
그러다 결국 지치는 건 나였고 끝내는 내가 울음을 터뜨리며 싸움이 일단락 지어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안해'라는 말이 뭐 그렇게 대단한 말이라고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가슴에 생채기를 내며 힘을 뺐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땐 먼저 사과를 받아내는 게 어떤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던 것 같다.
오늘 '미안해'라는 말이 서로 간에 오고 간 것이 실로 꽤 오랜만의 일이라는 걸 알았다. 덜 싸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는 횟수가, 말을 섞는 횟수가 적어진 것이다.
예전엔 슈퍼 갈 때도 꼭 손잡고 함께 가고, 한쪽 다리를 동생 배에 척 걸치고 잘도 잤는데. 언젠가 친구가 보면 창피하다고 어깨동무를 하는 나를 뿌리치고 뛰어가던 그때부터 녀석은 나에게 멀어진 것이다.
고마워. 미안하다는 말에 그렇게 금방 괜찮다고 해줘서. 대신 백화점 간 길에 예쁜 티셔츠도 하나 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