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억

by 피츠로이 Fitzroy


향 냄새랑 함께 여름이 온다.방에 향 냄새가 난다.

난 모기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여름엔 모기를 죽이는 살충제니 전기매트 등이 빠질 수 없는 구매 목록이 된다. 여름날의 중대한 과업이랄까.

작년, 정겹기도 하고 가장 저렴하고 딱 보기에도 촌스런 모양의 진-한 초록색 모기향을 산 적이 있다.

어렸을 적 시원 한 여름밤, 엄마 손을 잡고 근처 재래시장에 갔을 때 생선가게 앞에서 마구 연기를 피워내던 그 모기향. 나는 매캐한 연기에 눈을 비비며 '이런 것 따위......’ 그 모기향을 원망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다시 만난 그 냄새가 참 좋더라. 타닥타닥 타 들어가는 불빛이 엄마가 슬플 때 피우던 담배 타들어가는 모습 같이 아련하기도 하고, 똑하고 떨어지는 재가 내 맘 같이 안쓰럽기도 하고.

제일 좋은 건 다음날 내 방 문을 열었을 때 남아있는 잔향, 그 냄새다.

싸구려처럼 보이는 초록색 물체가 잊고 있던 기억들을 되살려 준다.


며칠 전, 아직 아침저녁 쌀쌀한 봄인데도 벌써 나타난 괴상한 모기 때문에, 일 년 만에 찾아 피운 모기향 냄새가 며칠째 내 방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난 요새 줄곧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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