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라고요? 유당불내증입니다만?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대강 검색해본 이유들을 넘버링해서 정리해보면 10가지도 넘는다. 얼마나 많은 마니아층이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1. 커피 향이 좋고 깨끗해서
2. 외부 음식 취식이 가능하며 매니저가 친절하니까
3.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기 때문에
4. 노트북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서 (브런치에서는 압도적인 이유)
5. 화장실이 깨끗하고 주차가 편리하므로
6.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깔끔한 실내가 좋아서
7. 환경 등의 최근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기업이라서
8. 서머 패키지 또는 플래너를 구하기 위해
9. 전 세계 어딜 가나 보장하는 중상의 퀄리티와 변치 않는 맛 때문
10. 다양한 배리에이션 음료와 지역별 특화 음료가 있어서
11. 선물 받은 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소진하기 위해서
나는 사실 11번의 주된 이유로 스타벅스에 간다. 스타벅스 매장이 제일 흔해서 그런지 기프티콘도 스타벅스가 제일 많은데,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사용하면서도 천 원 이상 스타벅스 카드로 추가 결제를 하면 별 적립이 가능하다. 이게 또 스벅만의 상술인데, 거기에 항상 나는 놀아난다. (원래는 800원이었는데 올랐다.) 별 적립 12개면 한잔의 무료 음료가 생기고 생일 때도 무료 음료가 생긴다. 때 되면 또 적절히 BOGO 쿠폰을 뿌리는데 1+1 쿠폰으로 음료 하나는 공짜라 하니 기한 안에 친구 하나 더 데리고 또 가게 된다. 친구야 내가 커피 한잔 쏠게! 또한, 엑스트라의 경우 (헤이즐넛 시럽이나 오트 우유 등) 600원의 추가 금액이 붙지만, 스타벅스 카드 사용자는 그 600원을 제해준다. 아메리카노에 헤이즐넛 시럽 추가만 해도 갑자기 기분 좋은 맛이 되어버리는데, 이것은 스벅 마니아들만 아는 꿀팁이랄까. 결국 스벅 카드는 본의 아니게 계속 유지하게 되고 카드에 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이상, 다른 카페보다는 기왕이면 스벅을 찾게 되는 것.
내가 여름이나 겨울에 바짝 스벅을 찾게 되는 이유는 바로 8번 때문이다. 미션 음료 3잔과 일반 음료 14잔, 도합 17잔을 모아서 서머 패키지나 플래너를 받기 위해서다. 여름마다 모아서 캠핑 의자, 핑크 보조 캐리어(이게 제일 핫했지), 비치 타월을 받았고, 겨울 플래너는 5년째 한 해 빼고 다 받은 것 같다. 이벤트 사은품의 퀄리티가 꽤 좋은 편이라 스타벅스만큼 만족도가 높은 것은 잘 보지 못했다. 심지어 웃돈을 얹어 되파는 게 성행했을 정도라 하니, 그 정도 인기면 말 다했지. 한 사람당 여러 개 받는 것이 가능했던 시절에는 e-프리퀀시 적선도 받곤 했다. 너 이거 모아? 안 모으면 나 2개 있는 거 보내줄래? 올해 서머 패키지에도 혹하고 만 나는 여전히 상술에 놀아나는 중이다. 뉴로그림 호갱님~ 반갑습니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여기에, 넘버링되지 않은 나만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나의 유당불내증 때문이다. 대부분의 카페는 락토프리, 두유나 오트로 대체할 것이 없거나, 따로 명시하고 있지 않아 매번 물어봐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하지만 나는 라테가 좋지만 라테를 먹지 못하는 고객으로, 라테를 먹으려면 스타벅스에 갈 수밖에 없다. 소수를 위한 카페가 생각보다 잘 없다. 특히나 동네 카페는 드물다.
유당불내증이 있다지만, 우유는 좋아한다. 우유의 그 고소함이 좋다. 어릴 때도 고소함의 정도에 따라 우유 브랜드의 선호도가 순위가 매겨졌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나는 우유만 먹으면 가스가 차거나 배가 아파왔고, 수시간 이내에 화장실로 가야 하는 불편이 생겼다. 아마도 30대가 지나서 도드라졌던 것 같다. 점차 정도가 심해지더니, 급기야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치즈도 잘 못 먹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는 먹고 싶은데! 그래서 모든 유제품을 피하느냐고? 아니, 정말 먹고 싶으면 그냥 먹고 싼다. 하지만 뒷일은 불 보듯 뻔하기에, 주요한 약속이 잡혀 있다면 의식해서 피해 본다.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해보려 해도 일반 카페는 피하기가 쉽지 않다. 아메리카노 외엔 선택지가 없고, 나는 그것이 때로는 불만족스럽다. 하지만 스타벅스에는 락토프리는 없지만, 두유나 오트 밀크를 선택할 수 있다. 두유 특유의 향 때문에 맛이 없을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유 대신 두유나 오트(귀리)가 들어가면 맛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탈 나지 않고 라테를 먹을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은 두유보다는 오트가 더 고소해서 맛있는 것 같다. 물론 탈이 안 난다면 우유가 더 좋긴 하지만 차선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아예 못 먹는 거보다야 낫지.
다들 스타벅스를 찬양하는 글들을 쓰면서 아무도 소수자를 위한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 글을 써보았다. 그리고 더 찾아보니 우유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잘 정리되어 있는 블로그가 있어 나 같은 이유로 우유를 못 먹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시라고 공유해본다. 정리해 주신 블로거분,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hanna00217/222536226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