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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Jun 01. 2022

어깨를 펴세요

round shoulder 교정하기



신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양복을 만든 재단사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재단사로서 윤 대통령은 어떤 체형의 고객이었나, 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을 한다. "솔직히 양복 만들기 쉬운 체형은 아니다. 우선 어깨가 앞으로 말려 있었다. 공부를 한 분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으면 체형이 그렇게 변한다."


기사의 의도와는 달리, 나는 대통령의 어깨가 앞으로 말려 있는 현상에 꽂혔다. 왜냐하면 나 역시 라운드 숄더로 교정 중이기 때문이다. 깍지 끼고 머리에 갖다 댔을 때 양쪽 팔꿈치가 일직선이 아니거나, 차렷 자세에서 손바닥이 뒤쪽으로 향하고, 누웠을 때 어깨가 붕 떠 있다면, 당신도 역시 라운드 숄더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아직은 통증까지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라서 약을 먹거나 도수치료를 받는 수준은 아니지만, 누워 있을 때 좌측 어깨는 손가락 3개 정도가 떠 있고, 우측 어깨는 4개 정도가 떠 있다고 한다. 우측이 더 심한 편인데 오랫동안 책상에 앉은 채 오른손으로 주로 마우스를 사용하며, 예전부터 본의 아니게 공부를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점차 체형이 비대칭이 되었을 것이다.


라운드 숄더가 되었다는 것은 1. 소흉근이 짧아져서 어깨를 앞으로 끌고 왔기 때문이다. 소흉근(Pectoralis minor muscle)은 가슴 근육의 하나로, 어깨 앞쪽을 자주 눌러 스트레칭해주면 짧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였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의학적인 지식으로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필라테스 트레이너가 알려준 내용이다. 2. 등 근육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능형근(Rhomboid muscle), 그리고 중/하부 승모근(middle & lower trapezius muscles)이 약해서 어깨를 등 쪽으로 끌어주지 못해 생긴다. 따라서 등 근육을 강화시키면 또 라운드 숄더 진행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요약하면, 앞에 가슴 근육은 풀어주고, 뒤에 등 근육은 강화시킨다. (아시겠습니까, 대통령님?) 가슴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은 인위적인 지압뿐 아니라 마사지 건이 도움이 될 것이고 등 근육을 강화시키는 방법은 엎드린 상태로 깍지 낀 채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팔을 바닥과 평행하게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거나, 엄지 척한 상태로 팔을 Y자 모양으로 들어 올리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

 



30대까지 나는 운동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운동에 지출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고, 다만 나는 굳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집까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해 걸어 다닌다든지, 러닝화 하나 사서 광안리 해변을 바라보며 한 바퀴 뛰고 온다든지, 집에 있는 줄넘기를 이용해서 하루 천 개씩 뛰기로 정해본다든지, 운동 유튜브 몇 개 틀어놓고 집에 있는 매트 깔아 따라 해 본다든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전신 운동은 얼마든지 많다. 알고 있지만, 마음먹기가 쉽지 않고 쉬이 포기해버리기 때문에 그만큼 잘 안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쓴다. 비용을 지불해놓고 안 가면 그 돈이 아까워서, 빼먹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한 달 헬스비를 끊어 놓았으니, 유튜브 틀어놓고 한 달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한 운동을 그나마 일주일에 세 번은 가서 하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라도' 운동을 하려고 돈을 쓰는 것이었다. 많고도 많은 무료 운동법들을 실제로 시도해보지도 않고 쉽고 간단하게만 생각했던 나였다.


40대에 접어들자마자, 운동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이제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매일 같이 앵무새처럼 환자들에게 떠들던 '운동하세요'를 의사인 나는 전혀 지키고 있지 않았다. 치매 걸리기 싫으면 뭐하라고 했지요, 제가? 네! 바로 운동이에요! 꼭 운동하셔야 합니다! 주장해왔던 나는 정작 숨쉬기만 하고 있었다. 가끔 회진을 일부러 계단을 이용해 돌기도 했지만, 그걸 운동이라고 할 순 없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해 운동을 해야 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바로 요가의 사바아사나, 바로 송장 자세이다. 이완하기를 그 누구보다 잘하는 나인데, (널브러져 늘어져 있기를 아주 잘한다.) 근력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근력을 잡으면서도 스트레칭(이완)을 겸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게 된 곳이 바로, 일대일 필라테스. 한때는 비싸서 감히 발을 들이지 못했던 세계였다. 하지만 벌써 일 년째 지속하며 내 몸에 돈 쓰길 잘했다 생각하는 중이다. 체형 교정이 즉각 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한결 개분해진 신체 상태를 느낄 수 있고, 점차 탄력과 근육이 붙고 체력이 향상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언젠가 요가하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쓴 옛 글이 떠오른다. 물론 주변 사람들을 보고 상상하며 쓴 픽션이지만, 내가 원하는 미래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쓴 글이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노후를 꿈꾼다. 오늘도 거금을 들여가며 라운드 숄더를 교정해본다. 늘어져 있는 내 뱃살을 밀어 넣어 본다. 그저 힘을 풀지만 말고 힘을 주기도 하면서 긴장과 이완의 콜라보를 이뤄내 보려 한다. 오늘도 내 근육들아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길 바라. 등 근육아 분발하여 처진 어깨를 펼쳐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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