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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y 31. 2022

샤워를 하다가

벌거숭이로 메모를



22년 3월 중순 경부터 아침 7시 반에서 8시 사이가 되면, 매일 글 하나를 올리고 있다. 작가의 서랍이 많이 차 있으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 글을 고르기도 하고 하고 혹은 뜸했던 매거진의 글을 골라 올린다. 작가의 서랍이 비어 있으면 전날 밤에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글을 하나 완성해 놓아야 하며 겨우 완성한 글은 이 시간에 발행된다. 이 시간이 어떤 시간이냐 하면, 이모가 출근해서 둘째의 등원 준비를 도와주는 시간이다. 첫째와 아빠는 등교 및 출근을 한 직후이며, 나도 출근 준비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샤워 직전의 시간, 주요 키워드 세 개를 고르고 발행을 누른 후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소재가 고갈되어 괴로운 시간은 언제고 찾아오는데, 소재가 가장 잘 떠오르는 시간은 바로 발행 후 샤워하는 시간이다. 그날 올린 발행 글을 되새김질하면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다음 소재의 글이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잘 기억해뒀다가 나가자마자 바로 메모를 하는 것! 쉬이 잊히는 소재이기에 바로 메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메모장에 소재만 써놓기도 하고, 작가의 서랍에 바로 제목으로만 남겨두기도 한다. 머리 말리고 그날 일정을 생각하는 동안 바로 잊힐 수도 있기에 벌거숭이인 채로 즉각, 메모를 남긴다. 와, 이쯤 되면 반 작가 아닌가. 인정?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 글도 그렇게 탄생 중이다. 갑자기 생각난 클라이밍에 대한 소재를 잊지 않기 위해 후다닥 메모를 남겼다. 그 글을 채워 넣기도 전에 그런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며 이 글의 제목을 남긴 것. 후레이! 오늘은 두 개의 글감을 만들어 냈다! 물이 아직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도 메모를 남기고 있는 거울 속 내 모습에 문득 웃음이 났다.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글을 쓰기 위해 나만의 비밀을 까발려 버리는 이 용감함이란!


작가들에게는 각자의 행동 습관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산책을 매일 하면서 글감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새벽에 일어나서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댄 브라운은 매일 새벽 네시에 일어나 글부터 쓰고, 매시간마다 잠시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스트레칭을 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서서 글을 쓸 때 마치 화가처럼 행동하며 몇 발자국 떨어져서 작품을 다각도로 바라보았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쓸 수 있을 때 기세를 몰아 많이 쓴다든지 써지지 않을 때 쉰다든지 하면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타임카드를 찍듯이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쓴다. 또한 매일 1시간씩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거장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나는 주로 샤워하면서 글감을 떠올리고 생활 중에도 생각나는 게 문득 있으면 메모를 해둔다. 그 글감은 제목으로만 남아 있다가 어느 날 밤 완성이 된다. 일어나자마자 새벽에 글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게 아침 시간은 방해물이 많아 적합치 못한 시간이다. 내가 일어나면서 아이를 깨워버릴 수도 있고, 아이들이 일어나면 집중을 할 수 없기에 변수가 많은 시간대이다. 따라서 주로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그 글을 완성하곤 한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10시 전에는 자야 한다. 주로 아홉 시 반이면 반강제 꿈나라로 간다. 엄마가 제 글 하나 완성해보겠답시고 꿈나라로 잽싸게 보내 버린다. 아홉 시가 되면 엄마는 점점 예민해진다. 얘들아 잘 시간이야! 어서 하고 자야지~ 어린이들이 건강해지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해요~ (진짜 그것 때문이야 엄마?)


제목만 써놓은 글에 글을 채워 넣는 일은, 어떤 날은 힘들고 어떤 날은 아주 수월하다.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은 편인지라, 억지로 자꾸 끼적대다 보면 뭔가 채워는 진다. 하지만 끝끝내 채워지지 않는 글도 있었고, 몇 분 안되어 후다닥 채워진 글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너무 성의 없고 짧은 글은 발행을 누를 수가 없다. 진입 장벽이 있는 플랫폼인 브런치가 주는 무게와, 작가라는 직함이 주는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끝끝내 채워지지 않는 글을 보면서 그냥 이대로 내보내 버릴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너무 길어도 읽기 힘들지만, 너무 짧아도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아 내보내기 꺼려졌다. 이 정도면 적어도 성의 없어 보이지는 않겠지, 싶을 때에야 비로소 발행을 누른다. 간혹 글에 대한 반응이 궁금할 때도 있지만, 매일 글 쓰는 습관에 집중하려 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어느  매일 꾸준히 크로키를 그렸더니 누군가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며 부러움 섞인 칭찬을 했던 적이 있다. 그걸 듣고 내가 떠올린 생각은, 재능은 아주 약간만 필요하며, 결국은 노력과 끈기가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한다는 . 매일 그리다 보니 실력이 늘어가는 것뿐이었다. 글쓰기도 특출한 재주는 없다. 하지만 꾸준히 매일 지속하는 엉덩이 힘으로 뭔가를 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글감이 유독 떠오르지 않으면 샤워를 하든 책들 읽든 뭐든 시도해보자. 오늘도   걸음 걸어냈으니 칭찬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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